'로맨스 패키지'는 '짝' 자기복제? '하트시그널'보다 오히려 퇴보?

입력 2018-02-16 22:26:28

SBS \
SBS \'로맨스 패키지\'. SBS 홈페이지

SBS 예능 파일럿(시험방송) '로맨스 패키지'가 16일 첫방송을 탔다. 여자 5명, 남자 5명, 이렇게 10명의 남녀가 호텔에 3박4일간 머물며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소개팅도 맞선도 아닌 이런 만남을 제공하는 호텔의 이름은 '커플 메이킹 호텔'이다. 아울러 '로맨스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진행을 맡았다. 이날 1, 2부가 연속 방송됐고, 다음 날인 17일 오후 11시 10분 3부가 방송된다.

16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한 로맨스 패키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대체로 두 가지였다. 과거 SBS 짝짓기 예능 '짝'의 자기복제, 그리고 앞서 방송중인 채널A '하트시그널'보다 뒤쳐진 짝짓기 예능이라는 것이다.

◆'짝'의 그늘에서 벗어날까?

짝짓기 예능의 시초는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이 프로그램은 꽤 실용적이었다. 2천800여명의 남녀가 출연해 47쌍이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그러니 이때까지만 해도 예능이라기 보다는 교양프로그램에 가까웠다.

짝짓기 '교양'이 아닌 '예능'의 시대를 연 프로그램은 SBS '짝'이다. 애정촌에 던져진 남녀들이 커플이 되기 위해, 정확히 말하면 이성으로부터 지목받기 위해 경쟁한다. 물론 '경쟁'은 사랑의 스튜디오에도 있었고, '지목'도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보여준 방식이다. 다만 공간이 정돈된 스튜디오가 아니라, 애정촌이라는 정글로 변했다.

가상의 정글은 정말로 살벌한 정글이 됐다. 과도하게 왜곡된 편집과 최종 선택에 대한 과도한 압박감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2014년 3월 4일 제주도 특집 촬영 도중 한 여성 출연자가 자살하는 사고가 터지면서 논란은 정점에 이르렀다. 결국 SBS는 종영을 결정했다.

짝 종영 3년여만에 SBS는 다시 짝짓기 예능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로맨스 패키지다. 아직 최종 결정 방식 등이 방송되지 않았기에, 속단할 수 없으나 짝과 유사한 부분이 제법 보였다. 우선 공간은 호텔로 변했지만, 하나의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합숙이라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출연자에 대한 지칭 역시 마찬가지였다. 1, 2, 3호 식의 지칭에서 101, 102, 103호 등 호텔 룸넘버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에 대한 희화 아닌 희화 역시 그대로였다. 16일 방송에서는 유일하게 선택을 받지 못한 한 출연자에게 전현무가 찾아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방송분량'을 뽑아냈다.

◆먼저 방송된 '하트시그널' 극복도 숙제

로맨스 패키지에 대해 시청자들은 "채널A '하트시그널'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못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6월 2일 첫 방송된 하트시그널은 합숙 시스템을 차용, 짝의 계보를 잇는 짝짓기 예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만큼 다른 특징이 보인다. 남녀 출연자가 한집에서 합숙을 하며 연인은 물론 친구의 관계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 속에서 관심이 호감으로 또 연애로 변해가는데, 이를 두고 "인위적이지 않다.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시청자들로부터 나왔다.

'하트시그널'은 '직접 고백을 할 수 없다'는 규칙으로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감을 단정해 결과를 얻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삶에도 의미를 도출해줬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궁금증 등을 매개로 몰입까지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얘기다.

물론, 로맨스 패키지의 기승전결이 모두 어떤지는 17일 3부까지 방송돼야만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은 시기적으로 앞서 방송된 하트시그널보다 조금이라도 진일보한 내용과 방식이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6개월 앞서 방송된 하트시그널과 비교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호평도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원조인 짝을 선보였던 방송사에서 다시 내놓은 프로그램이 자기복제에 그쳤다는 비판도 면하기 힘들다. 여기서 정규편성 여부도 엇갈릴 전망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