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 삼성이 달라질 마지막 기회다

입력 2018-02-06 00:05:00

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공여 등 5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승마 지원금 일부만 뇌물로 인정하고, 국외 재산도피 혐의나 영재센터 후원금 등 나머지 혐의 대부분 무죄로 판단해 형량이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2월 구속 이후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에 대한 재판이라는 점에다 반복되는 재벌의 잘못에 대한 법원 판단이 어떻게 달라질지 등이 주된 포인트였다. 그런 만큼 이날 재판 결과 또한 찬반 여론이 갈리고, 법원 판단에 대한 숱한 의문점 등 관점도 엇갈린다.

당장 1심 선고 당시 사법부의 '재벌 봐주기' 관행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서 이번 재판도 '3'5법칙'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이는 재벌 총수에게 1심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풀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시각도 있다. 국정 농단 세력을 겨냥한 '정치 재판'이라는 꼬리표를 의식한 나머지 특검이 삼성이라는 기업을 포함시켜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정치권이나 재벌 모두 깊은 성찰을 요구한 점은 분명하다. 다만 법원이 국민 정서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인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법원이 유독 재벌에 관대하다는 국민의 법 감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칫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관념이 더욱 굳어질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라는 묵시적 청탁이 과연 없었는지, 대기업이 개인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주면서 또 다른 목적이 없었는지 등 납득하기 힘든 대목도 많다. 어떻든 이번 재판은 정치권과 재벌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자 공정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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