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고교학점제, 학생들이 과목 고를 수 있을까

입력 2017-12-11 00:13:42

고교학점제 발표로 인해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단위학교에서 개설할 수 없는 과목을 권역별 공동교육과정이라는 형태로 타 학교에서 수강하게 해주고 있으나 모든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능시험에 대비해 수능 출제 과목을 우선적으로 이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부터 대상이다. 수능 개편, 고교내신 절대평가, 학생부종합전형 투명성 제고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교육계에서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두고 찬반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 정작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은 소외되고 있는 듯하다. 도입 시점과 방법을 떠나 학생들이 이러한 교육 과정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 선택권이 부여되고 있는 현 교육 과정에서도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떠나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를 선택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대학들은 학과마다 이수해야 할 과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학과별 전공필수'선택과목, 교양과목 등에 대한 정보는 학과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 제공하기 때문에 이수 과목 선택에 대해 고민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으로 대학들이 학과별로 고교 이수 과목 중 관련 교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학별로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마저도 모든 대학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고교 총교과 이수단위(204단위) 중 창의적 체험활동(24단위)을 제외한 180단위 중 94단위가 필수 이수단위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86단위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진로를 위해 어떤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학과에 맞게 제시된 과목 위주로 이수하면 되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자신의 진로에 맞는 이수 과목을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게다가 진로가 바뀌게 되면 이제까지 이수했던 과목에 대한 경쟁력과 진로 변경에 따른 과목 이수를 새로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로 변경으로 인한 이수 과목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는 진학 측면에서 상당히 심각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 안에서 사회과학 전공을 희망하던 학생이 진로를 경영학으로 바꾸었을 때 처음부터 경영학을 희망한 학생이 이미 이수한 과목을 뒤늦게 어떻게 이수할 것이냐는 문제만 생각해 봐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수 과목에 대한 수업과 평가 방법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받고 같은 방법으로 평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교별로 이루어지는 수업과 평가 방법의 차이가 대학에서 각기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면 학생들은 생각지도 않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들의 이수과목과 함께 어떤 수업 방법과 평가 방법을 통해 학업역량이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한다. 이로 인해 지금도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수업과 평가 방법에 따라 생기는 고교 간 차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 시행의 관점을 학생 중심으로 맞추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진로를 바꿀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수업과 평가 방법에 따른 고교 간 차이는 또 어떻게 해소할지 등에 대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많은 교육 과정의 변화가 있었지만 학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입안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교육 과정이라도 학생들이 수용할 환경과 능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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