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외교,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입력 2017-12-04 00:05:00

중국이 한'중 군사회담을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해결을 제안했다 한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사드 추가 배치를 않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망에 가담하지 않으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발언을 중시한다"며, 한국 측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주길 희망한다"고 한국 측을 압박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사드 레이더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까지 요구했다고도 한다. 외교부 대변인이 부인했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더하여 운용 문제까지 간섭하려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우리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6월 15일 자 본지 기고문에서 사드의 신속한 배치를 주장하며, "절차적 정당성 운운하며 시간을 끌거나 미'중 양측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할 경우 중국의 기대감만 높여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국은 제재의 강도를 조절하며 강'온 양면 정책을 계속 구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월 사드 배치를 할 때라도 '사드 배치 여부는 주권에 관한 사항으로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더라면,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아가 지난 10월 말 우리 대표의 삼불(3不'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가입에 대한 부정) 발언은 안보주권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중국의 내정 간섭 문을 활짝 열어젖혀 놓았다.

1938년 9월 30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독일과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할양한다는 뮌헨협정을 체결한 날이다. 영국 총리 챔벌린이 "명예로운 평화를 가져왔다"고 자찬하며 영국 국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뮌헨 회담에서 돌아온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멀쩡한 나라 체코슬로바키아가 히틀러의 손에 들어갔다. 이어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하였으며, 이를 시발점으로 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챔벌린의 유화정책은 결국 히틀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공격할 시간적 여유만을 제공하였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를 상대할 때는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한 필리핀의 국제중재재판소 제소는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아주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2016년 7월 재판소 판결이 나왔을 때,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판결 불복을 강하게 비난한데 반하여,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판결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할 때,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 공조를 이유로 WTO 제소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우리 정부는 '법과 원칙'보다는 '시류'를 선택했고, 이러한 태도는 지난 10월 말의 삼불 발언으로 이어져, 중국에게 한국은 '만만한 나라'라는 인식을 공고화시켜 주었다.

한'중 양국은 이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전에 군사회담을 개최, 사드 문제를 타결지으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중국 방문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국빈 방문이 안 되더라도, 당장 손해를 좀 보더라도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자세를 갖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때, 오히려 중국도 우리 국격을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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