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의원 시절 홍 장관 본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독재적 방식'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핵심은 '부자 장모를 둔 죄'가 아니었다. 겉으로 한 말과 실제 살아온 삶이 너무나도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결정체가 홍종학이었다. 그래서 '내로남불 종합세트'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저서에서 중소기업인들의 학력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런 그가 영광스러운(?) 1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을 이해하려 든다면 못할 것도 없다. 홍종학을 버리고 다른 인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다른 인물을 찾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청문회를 순탄하게 넘길 가능성 또한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의 한계는 이미 절실하게 경험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지만 '이것(임명 강행)'이 현 상황에서 최선입니다"라며 미안해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청와대의 깊은 '속내'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의 얼굴을 홍 장관 임명식에서 보아야 했다. 그 어디에도 '미안함' 이나 '부끄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적폐 청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물론 박정희 시대도 예외가 아니다.
뜻밖에 포항 지진은 적폐의 시대를 산 한 인물에 주목하게 했다. 박태준이다. 지진의 여파로 포항 시민들이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음에도, 30년도 전에 그가 지은 포스텍 건물은 멀쩡하다. 포스코가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산업화의 강한 빛만큼이나 그늘이 강하고, 독재의 시대였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산업화가 적폐이고 그 시대 모두가 적폐 대상일 수는 없다. 문재인은 홍종학을 선택했지만 박정희는 박태준을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는 '새마을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 했다. 새마을운동도 적폐로 규정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결국 새마을 해외사업 예산은 증액되었다.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많은 나라 정상들이 "새마을운동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하겠지만 '나와 다르다'고 적폐인 것은 아니다. 사이비(似而非) 보수의 적폐가 사이비 진보의 또 다른 적폐를 쌓는 모양새다. 보수의 혁신과 대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좌'우 적폐로 똘똘 뭉쳐진 적폐 공화국이 될 것 같아 안타깝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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