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과학으로 보는 동계올림픽] <5>김연아의 숨겨진 과학

입력 2017-11-29 00:05:04

피겨스케이팅 점프 충격, 발목·무릎으로 분산

피겨스케이팅은 19세기에 처음 생겨났다. 1850년 에드워드 부시넬(Edward Bushnell)이 금속제 날을 부착한 피겨용 스케이트를 개발하고, 1860년대 중반 발레 교사인 잭슨 헤인즈(Jackson Haines)가 발레에 기반을 둔 예술적 동작을 고안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 국제무대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으나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정상에 등극하면서 일약 강국으로 떠올랐다. 김연아의 연기는 비단 기술요소뿐 아니라 예술성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긴장감을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 표정 연기와 음악에 맞춰 연출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탁월하다.

그녀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빼놓을 수 없다. 김연아는 '신이 내린 몸매'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비율을 자랑한다. 8등신 비율을 만든 작은 머리, 그리고 팔 길이가 일반 여성의 평균 길이보다 5cm가량 긴 68㎝로서 팔을 쭉 뻗을 때마다 우아함이 배가 된다. 다리 길이도 상체(50㎝)의 무려 2배(96㎝)에 이를 정도로 길고 가녀리지만 잔 근육도 발달해있어 다양한 점프와 긴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김연아의 신체적 특성은 오랜 선수생활을 통해 기형에 가까운 특성을 나타냈다. 피겨스케이팅처럼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척추가 휘는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20대 초반에 김연아와 같이 척추가 많이 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그토록 잘 극복해 낸 선수는 더욱 드물다.

김연아는 발바닥부터 발목, 무릎, 고관절까지 뒤틀린 척추에 맞추어져 있는 형태여서 하이힐을 신기 어려워 평상시에 운동화를 주로 신고 다닌다. 그녀의 척추는 정상인보다 3.8도 더 휘어진 현저한 측만증이다. 특히 주로 연기한 유나카멜 스핀은 다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양쪽 팔을 일자로 벌리고 허리를 완전히 젖힌 자세로 상체가 일자가 되는 동작이다. 이 스핀으로 척추에 엄청난 무리를 유발한다.

또 김연아의 점프는 높고 빠르기 때문에 착지 때 오른발이 받는 충격도 크다. 전문가들은 '김연아의 버퍼링(buffering·완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착지 때 발바닥뿐 아니라 발목과 무릎으로 충격을 분산하는 요령이 우수하다. 그래도 충격이 누적된 탓에 오른발은 늘 아프다'고 분석했다. 미세하게 착지를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 엄지발가락이 아프면 다른 발가락으로 압력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이 누적돼 오른쪽 발바닥 아치(arch)가 무너져 내리면서 후천적인 평발이 만들어졌고, 두 발 모양도 서로 달라졌다. 수천 번의 점프로 휘어진 발목, 수만 번의 회전으로 뒤틀린 허리를 극복한 김연아. 그녀가 이룩한 성적 뒤에는 엄청난 고통과 이를 극복한 정신력, 이를 뒷받침해준 과학적인 훈련이 숨겨져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