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재미…청년들이여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파란만장(波瀾萬丈). 조웅래(58) ㈜맥키스컴퍼니 회장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잘 다니던 대기업을 싫다 하고 중소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대기업에선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몇 번의 이직을 거쳐 서른세 살에 창업을 했다. 대구에서다. 전화를 걸면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사업 영역은 휴대전화 벨소리 및 컬러링 서비스로 확장됐다. 큰돈을 번 뒤 소주 제조회사를 사들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에 있는 업체였다. 소주 만들어 파는 일에 전념해도 시원찮을 판에 또 엉뚱한 일을 벌였다. 자신이 평소 운동하던 계족산 산책로에 황토를 깔았다. 돈을 들여 황톳길을 관리하고 숲 속 음악회를 열고 있다. 11년째다. 이름 없던 산길이 핫플레이스가 됐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니, 덩달아 소주도 많이 팔리고 있다. 이런 게 '함께 잘사는 길'(상생'相生) 아닐까?
조 회장의 도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홀로그램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니, 제 길로 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는 10월 28일 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최고경영자대상'을 받았다. 지역사회 활동과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키운 공로다.
-새로운 사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월 28일 개관한 테마파크 '라뜰리에'(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11층 )는 어떤 곳인가?
▶19세기 인상주의 명화와 I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만든 아트렉티브(art+interactive) 테마파크다. 라뜰리에(L'atelier)는 빛(light)과 아뜰리에(atelier)의 뜻을 담은 조어다. 19세기 인상파 특징이 '강렬한 빛'이라는 점에서 이름을 착안했다.
라뜰리에는 그림 속 풍경과 소품을 현실에 불러와 영화 세트장처럼 만든 곳이다. 관람객은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 완성한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된다. 온라인게임 기반 기술과 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했다. 작품 속 주인공과 대화하고, 움직이는 명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대전의 소주 제조업체가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지방의 소주회사가 서울에서 4차 산업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7년 동안 150억원을 투자했다.
4차 산업의 모범 사례로 만들고 싶다. 4차 산업이 무겁고 장대한 것만은 아니다. 생활 속 소재에 첨단기술을 가미해 새롭고, 재미있고, 교육적인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면 이것이 4차 산업 아닌가?
테마파크 운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사업을 하면서 대기업의 횡포로 피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대기업이 모방할 수 없도록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대기업에 다니다 중소기업으로 옮겼고, 33세에 창업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나?
▶돈보다는 존재감이 문제였다. 대기업에서는 나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3년 일하다가 사표 쓰고, 중소기업에 갔다. 그 뒤 LG전자로 옮겼다. 여기서도 회의를 느끼고 이전에 다녔던 중소기업에 재입사했다. 직장생활 8년쯤 했다. 그러고 1992년 2천만원을 들고 전화 정보사업을 했다. 첫 아이템은 전화로 운세를 알아보는 음성서비스였다. 이후 ㈜5425를 설립했다. 삐삐(무선호출기) 인사말 녹음, 휴대전화 음악편지 등의 사업이 대박을 터뜨렸다.
-2004년 대전의 소주회사 ㈜선양(현재 맥키스컴퍼니)을 인수했다. 전자공학도 출신이 뛰어들기에는 생소한 업종이 아닌가?
▶소리(이전에 했던 음성서비스사업을 말함)나 술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둘 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다. 대전에 연고가 없고 소주 제조 경험도 없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당시 선양은 경영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2006년 대전 대덕구 계족산에 황톳길(14.5㎞)을 만들어 지금까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명소가 됐다. 소감은?
▶우리나라 최고의 힐링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계족산 황톳길 사업은 우연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평소 즐겨 찾던 계족산에서 지인들과 함께 걸었다. 지인들 가운데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있었다. 그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나는 맨발로 걸었다. 그날 저녁 몸이 따뜻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이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산책길에 황토를 깔았다. 황톳길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음악회 개최 비용 등을 포함하면 연간 10억원 정도 든다. 입장료는 없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신뢰가 쌓이니 사회적 자산이 되더라. 주변 식당 사장님들이 황톳길 덕분에 손님이 늘었다며 우리 소주를 많이 팔아주고 있다. 황톳길이 알려지면서 특강 요청도 잇따랐다.
-'사회적 자산'이란 어떤 의미인가?
▶황톳길 사업을 통해 얻은 신뢰는 일종의 사회적 자산이다. 가치를 만들어 상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자산이 더 중요하다. 서울에서 테마파크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황톳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회사 명함을 내미니, 알아주고 신뢰를 보여주는 분들이 많았다.
사회적 자산은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유진 포터(Michael Eugene Porter) 하버드대 교수의 CSV와 비슷한 개념이다.(마이클 포터가 2011년 발표한 이론으로 CSV는 'Creating Shared Value'의 약자이며, '공유가치창출'로 번역된다.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 사회 공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한다)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비결은?
▶촉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오감(五感)을 열어야 한다. 재미있겠다 싶으면 뛰어들고, 끝을 볼 때까지 계속한다. 무슨 일을 하든 '돈'보다는 '재미'를 우선했다. 황톳길, 라뜰리에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발상을 전환하라" "세상을 미리 알려고 하지 마라"고 강조한다.
-회사 홍보물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소리(음성서비스사업)-술-길(황톳길)-공간체험(라뜰리에). 내가 한 사업이 서로 어울리지 않게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업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이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맥키스컴퍼니'라는 회사 이름도 이런 뜻을 담아서 내가 지었다. 이을 맥(脈)과 영어 키스(kiss)를 합친 말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즐겁게 이어주는 일을 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세이셸공화국(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서부에 있는 섬나라)에 마라톤대회를 만들어줬다고 들었다. 어떤 인연인가?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해 2007년에 각국의 외무부 장관을 한국에 초청했다. 그때 세이셸공화국 외무장관이 계족산 황톳길 맨발 체험을 했고, 우리 공장을 견학했다. 이를 계기로 2008년 에코힐링 국제마라톤대회를 현지에서 개최했다. 당시 그 나라 사람들은 마라톤이 뭔지 몰랐다. 이후 세이셸공화국 대통령이 계족산을 방문했고, 감사의 표시로 250년산 육지 거북이 두 마리를 선물했다. 거북이는 대전동물원에 있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57회 완주했다. 앞으로도 계속 뛸 생각인가?
▶한국 나이로 올해 59세다. 이를 기념해 연말까지 59회 완주하고 싶다. 앞으로 두 번 남았다.
운동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 뛰고 나면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비우게 된다. 그리고 정신이 맑아진다. 마라톤은 '준비의 연속'이다. 대회에 출전하려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 2001년부터 달렸다. 대구에 있을 때다. 신천, 월드컵경기장, 팔공산 순환도로에서 열심히 뛰었다.
-대구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향은 경남 함안군이다. 함안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많이 간다. 그런데 고3 겨울(1977년 12월)에 구마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나는 고속도로 덕분에 대구(경북대 전자공학과)로 진학했다. 대구는 제2의 고향이다. 대구에서 창업해 돈을 벌었고, 자식을 낳았다. 장모님이 대구에 사신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나?
▶4남 3녀 가운데 막내였다. 가난과 어머니의 말씀이 나에겐 자산이었다. 부모님은 배우지 못한 분들이다. 자식들을 '방목'(放牧)으로 키우셨다. '공부 잘하라'고 하신 적이 없다. 다만, "단디해라" "말부터 앞세우지 마라"라는 말씀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셨다. 모범생은 아니었다. 고 3때 가출을 했고, 대학생 시절에는 학사 경고도 받았다.
-살아가는 데 바탕이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
▶틀에 박힌 삶은 싫다. '조웅래답게' 살고 싶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궁즉통(窮則通)이란 말을 자주 한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지른다. 부족한 게 있다면 찾아서 채운다. 이것이 삶의 활력이다.
-끼가 많은 사람 같다. 음주 가무에도 재능이 있나?
▶술을 마시는 날이 한 해 340일 정도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하루에 2시간 달린다) 아직까지 술 마신 다음 날이 힘들지 않다. 가무에는 소질이 없다. 마라톤 외에는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다. 골프를 배운 적도 없다. 자동차 운전 역시 못한다. 하지만 길눈은 밝다.(웃음)
◆조웅래는?
▷1959년 경남 함안군 출생
▷학력: 마산고 졸업.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경력: 삼성전자'LG전자'중소기업 근무. 1992년 2천만원으로 전화정보사업 시작. 1995년 휴대폰 벨소리'컬러링 서비스업체 ㈜5425 대표이사. 2004년 ㈜선양 회장 취임. 2013년 선양에서 ㈜맥키스컴퍼니로 사명 변경
▷대회활동: 1999년 조웅장학재단 설립. 2006년 계족산 황톳길 조성 시작. 2010년 대전시 '자랑스러운 대전인상' 수상. 2011년 대전육상경기연맹 회장 취임. 2012년 산림청 정책자문위원 위촉. 2013년 기획재정부 예산낭비신고센터 민간전문위원 위촉. 2016년 노사문화대상 고용노동부장관상 수상. 2017년 대전시육상연맹 통합 1대 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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