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읍서 시료 채취, 액상화 발생 조건 충족하는 지반구조 확인"

입력 2017-11-24 00:05:01

손문(왼쪽 첫 번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영석(맨 오른쪽) 대한지질학회 구조지질분과위원장 등 지질 전문가들이 지난 19일 오후 포항 흥해읍에서 액상화 현상 중 하나인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를 관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손문(왼쪽 첫 번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영석(맨 오른쪽) 대한지질학회 구조지질분과위원장 등 지질 전문가들이 지난 19일 오후 포항 흥해읍에서 액상화 현상 중 하나인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를 관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포항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논란인 가운데 부산대 손문 교수팀이 "지진 액상화 발생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지반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액상화 현상을 확인한 손문 교수팀은 21일 시추기로 진앙 부근인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지하로 10여m까지 뚫고 나온 시료에선 손 교수가 주장한 액상화 현상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뚜렷했다.

시료를 확인한 결과 논 흙과 그 아래 뻘이 3.7m 깊이로 내려가다 모래층이 발견됐다. 모래층은 3.8m에 달했다. 모래층 아래에선 다시 뻘층이 나타났으며, 지하 16m에서 기반암이 나왔다. 이 기반암은 1천만 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생대 3기에 해당하는 한국에서 가장 젊고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추가 끝난 자리에는 물이 차올라 지하수 수위가 높아진 것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손 교수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려면 지진 규모가 6.0 이상이 돼야 하고, 지하수 수위가 높아야 하며, 모래층이 있어야 한다.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에서 이런 조건은 모두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 5.4 지진에도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기반암이 너무 연약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약한 기반암이 지하에서 올라오는 약한 지진 진동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기상청 등 정부 조사팀은 진앙 반경 10㎞ 내 8개 액상화 의심 신고 지역에서 시추 장비 등을 동원해 차례로 조사하고 있다. 21일에는 남구 송도동 송도솔밭 액상화 의심 신고 지역에서 시추작업을 벌였으며, 연약층을 발견해 분석에 들어갔다. 조사팀은 22일 지진으로 기울어진 흥해읍 대성아파트 아래 지반에 액상화 문제가 있는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기 조사도 벌였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송도솔밭 현장도) 액상화 발생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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