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의 회장이 최고급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그의 신분을 아는 프런트 여직원이 "전망 좋은 VIP룸으로 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러자, 회장은 손을 저으며 "아니요. 일반 룸으로 주세요"라고 말했다. 여직원은 깜짝 놀라 "회장님의 아드님은 항상 VIP룸을 쓰시는데요"라고 반문했다. 회장의 웃음 띤 한마디. "그 녀석은 잘난 아비를 뒀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가 없다오."
유명한 미국 유머다. 그렇다면 한국의 2'3세 재벌회장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본인은 손도 꼼짝하지 않고, 비서가 체크인을 했을 것이다. 놀던 가락이 있어 VIP룸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좋은 방이 있는지 찾을 것이다. 프런트 여직원이 아주 매력적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아랫사람이나 낮은 직급의 직원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기에 스스럼없는 대화나 농담을 나눌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재벌 2'3세가 살아가는 방식을 위와 같이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 재벌 2'3세의 행태를 경멸 내지 혐오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반재벌 정서가 넘쳐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벌이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갑질'을 일삼는 것도 문제지만, 폭력적이고 범죄적인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가 유명 로펌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는 막말과 함께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 취중 폭력사건이 이미 세 번째일 정도로 상습적이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2007년 북창동 보복 폭행사건의 단초를 제공했고, 2011년 교통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2014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큰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뭉치다. 삼성, 현대, SK, 대한항공, 대림산업, LG 등 거의 모든 재벌 2'3'4세들이 유형은 다양하지만, 상당 부분 섬뜩하면서도 비양심적인 사고를 쳤다. 영화 '베테랑'이나 TV드라마 '추적자' '백년의 유산' 등에 나오는 재벌 일가의 일탈 사례는 전혀 황당한 픽션이 아니다.
무서운 현실은 머지않아 이들이 기업을 물려받아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상명하복식 경영 방식을 생각하면 공포를 넘어 거의 재앙 수준이다. 어릴 때 보고 배운 것이 어디 가겠는가. 재벌 세습에 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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