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상률 특히 높은 주택 화재

입력 2017-11-22 00:05:01

집은 우리 가족이 편히 쉬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특히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엔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전기장판과 같은 각종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해 자칫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618건이었다. 이 중 주택 화재는 163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그런데 전체 화재 사상자 34명 중 주택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15명으로 44%를 차지했다. 주택 화재는 곧 높은 사상률로 이어진다. 그만큼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화재 때문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주택 화재가 다른 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보다 인명 피해가 큰 이유는, 심야 등 취약 시간대에 화재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는 사람들이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라 조기에 화재를 인식하지 못해 대피가 쉽지 않다. 또 가정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아 초기 진화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이유로 2012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단독주택(단독·다중·다가구) 및 공동주택(다세대·연립) 소유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됐다.

소화기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기 화재진압용 소화기구다. 1대의 소화기는 초기 화재 시 소방차 1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발생 시 연기를 감지하고 화재 경보를 하는 장치다. 불이 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기준은 이렇다. 소화기는 가구별·층별로 1대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공간마다 1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 10월 대구 동구 서호동 한 단독주택에 사는 주민이 가스레인지 불을 켜두고 잠깐 외출한 사이, 올려둔 냄비에 불이 붙은 것을 시작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근 주민이 이를 초기에 발견, 창문 바깥에서 가스레인지 쪽으로 소화기를 분사해 화재를 초기에 진압했다. 피해는 크지 않았다. 만약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아 119 신고 후 마냥 소방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면, 피해는 자칫 주변 건물로 번지고 사상자도 발생했을 수 있다.

소방서는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불조심 캠페인, 불조심 포스터 그리기, 어린이 소방안전교육 등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화재 예방은 역부족이다. 사실 안전은 누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시민 각자가 자신의 안전을, 나아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챙기는 의식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모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사전에 화재를 예방하고,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서 집 천장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는지, 소화기는 어디에 뒀는지 확인하자. 만약 설치돼 있지 않다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 대형마트, 소방기구 판매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가격은 수천원대다. 설치도 쉽고, 가까운 119안전센터에 문의해도 도와준다.

쉬운 사용법에 비해 큰 효과를 내는, 요즘 표현으로 '가성비 높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잊을 만하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주택 화재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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