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정희 전 대통령 자료관 건립, 감정만 앞세울 일 아니다

입력 2017-11-16 00:05:01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에서는 14일 성격이 극명하게 다른 두 장면의 일이 펼쳐졌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과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기공식'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반대' 기자회견이 그랬다. 한쪽은 업적을 기리고 추모한 반면, 다른 쪽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찬반으로 갈린 우리의 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첨예하게 드러난 상충된 목소리는 특히 역사자료관 건립 문제에서 더욱 뚜렷했다. 두 진영의 찬반 논리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나라 발전에 대한 여러 업적을 주장한 보수 진영과 친일 행적 등을 내세운 반대 진영의 논리는 분명히 달랐다. 마치 외길을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보는 듯하다. 막말까지 나오는 험악한 분위기였으니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격한 감정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생가 주변 공원화 계획 부지 안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19년 완공 목표인 이 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투입될 200억원의 예산은 국비와 도비, 시비를 합한 것이니 말하자면 모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 사업인 만큼 필요한 절차와 준비는 3년 전부터였고 기공식만 마침 이날 탄생 100돌을 맞아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반대 진영에서 굳이 이날 건립 중단을 외치고 나온 배경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예산 문제 등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자료관은 조작(造作)이나 미화(美化)가 아닌, 그야말로 역사의 공과(功過)를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계기로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고 이을 일은 잇고 본받기 위한 공간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여러 나라가 앞다퉈 그런 시설물을 갖추고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내놓고 다양한 용도의 거울로 활용하는 까닭이다. 감정만 앞세울 일은 결코 아니다.

역사의 공과 평가와 함께 다양한 기록물과 유물의 전시와 관리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건립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국민이 수긍할 자료관의 건립과 전시,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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