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과학으로 보는 동계올림픽] <2>쇼트트랙과 코너링

입력 2017-11-08 00:05:04

곡선주로 끝날 때 안쪽으로 '호리병 주법'

쇼트트랙은 112.12m의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주로다. 곡선구간을 진입하기 전과 빠져나온 뒤에도 곡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주행의 70∼90%가 곡선주로로 이뤄져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작은 신체특성은 코너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세계적인 선수들의 신장도 대부분 165~175cm 범위에 해당한다.

평균 시속 45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곡선주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빙판과 몸의 각도를 거의 30도에 이를 정도로 낮춰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원심력 극복이 관건이다. 손을 짚는 것도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한 것인데, 회전 시 균형을 잡기 위해 왼손을 빙판에 놓으면 왼손으로 인해 속력이 감소되는 것이 문제다. 이에 속력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개구리 장갑이 개발됐다. 이는 기존 장갑 손가락 끝을 매끄러운 에폭시수지로 감싼 것으로 왼손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을 줄여준다.

이처럼 쇼트트랙이 코너링에서 승패가 갈리는 만큼 쇼트트랙 스케이트 날은 가운데가 양끝보다 5, 6㎜ 정도 불룩한 곡선 모양으로 돼 있다. 날을 둥글게 깎아 얼음과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 마찰력을 줄여 스피드 손실을 막으면서 곡선을 잘 돌 수 있게 한다. 양발의 스케이트 날은 곡선 주행 시 원심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중심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거의 누운 자세로 코너링하는 것을 감안, 스케이트 날을 곡선 주로 방향과 같은 왼쪽으로 살짝 휘게 한 것이다.

또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스케이트 구두와 날을 연결하는 부위인 컵의 높이와 날의 길이에도 변화를 준다. 구두와 날 사이의 컵을 높였을 때 선수의 몸이 코너의 안쪽으로 더 기울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스피드가 향상된다. 날의 길이 경우 선수 자신의 발보다 긴 길이의 날은 속도 증가에는 유리하지만 순간적인 피칭이나 스피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발보다 짧은 길이의 날은 피칭이나 움직임을 빠르게 할 수 있으나 속도를 유지하기에는 힘들고 불안정할 수 있다.

쇼트트랙의 코너링 기술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대표적인 장기다.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작은 체격을 바탕으로 고무벨트를 허리에 걸고 실시하는 코너링 훈련을 오래전부터 반복해왔다. 회전 속도가 회전 반지름의 크기에 반비례하는 원리에 착안해 우리 팀이 처음 개발한 '호리병 주법'은 직선주로에서 곡선주로로 접어들기 직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곡선주로가 끝날 때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효율적인 코너링을 위한 특유의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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