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인재 등용과 화합

입력 2017-11-03 00:05:01

자유한국당의 내홍도 볼썽사납지만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당과 다르지 않다. 전현직 시도당위원장의 이전투구에, 당비를 둘러싼 치졸한 비리 의혹과 내부자 고발 등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전직 위원장 간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조기석 전 위원장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며 당비 대납 의혹과 시당 공금 유용 사건에 대해 연일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임대윤 전 위원장을 내부고발자로 보고 있다. 내부고발자 의혹에 임 전 위원장은 펄쩍 뛰면서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언제부턴가 시당 운영을 호남향우회가 좌지우지하는데 최근 당직 정지 처분을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역 내 호남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경북도 현역 국회의원을 누르고 김홍진 신임 도당위원장이 선출된 이유도 호남세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당 고위 당직자의 차기 전당대회 작업의 일환으로 김현권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척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내 민주당이 지역 출신을 배제한 채 호남향우회나 외부 호남세에 의해 좌우되는 기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화교 출신 미국 대통령'에 비유한다. 중국 인구(약 13억8천만 명)의 절반이 미국(약 6억3천만 명)으로 이민 가서 중국인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 버리면 미국은 자연스럽게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대구경북 민주당으로선 웃어넘길 일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대구경북 민주당 진성당원의 수가 각각 2천 명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2천 명 정도는 특정 세력이 개입하면 언제든지 핸들링이 가능한 숫자다. 특히 인기가 시들한 시도당위원장 경선은 수백 명의 당원만 컨트롤하면 당선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불문율이다. 지역 내 호남향우회가 나선다면 시도당위원장 경선은 물론이고 당무까지 개입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이 같은 지적은 대구경북 정치에 다른 지역 출신들이 와서 활개를 치는 모습이 고까워서가 아니다.

예년에 비해 정당성과 당위성에서 명분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열린우리당 시절 이강철 사단이 등장했을 때는 장차관 출신이 대거 나서 총선에서 피 흘렸고, 이후로도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 헌신해 왔다. 시도당 밥그릇 싸움이나, 지역 내 자리를 활용해 중앙에 '등용'되려는 개인적 욕심 따위는 찾아보기 힘든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요지부동하는 호시절에 지역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지역 인재를 키우는 토대와, 통합과 화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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