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당하고 뿌리째 뽑히고…대구시 5년간 1천 그루 제거, 수나무로 교체 비용 100만원
열매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은행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다. 대구시가 가을철 은행 열매 악취 민원을 해결하려고 은행나무 교체사업을 시행하면서 최근 5년간 1천 그루가 넘는 은행나무 암나무가 제거됐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구 시내 가로수는 총 21만5천673그루이다. 이 가운데 은행나무는 5만1천967그루(24%)이며, 암나무는 1만2천567그루다.
은행나무는 대기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라 과거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하지만 열매가 풍기는 특유의 악취 탓에 가로수를 관리하는 구'군청들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은행 열매를 조기 채취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열매에서 나는 냄새가 심하다 보니 가을철마다 민원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난 2013년부터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최근 5년간 암나무 1천189그루를 뽑은 뒤 수나무로 바꿨다. 올해도 추가로 60그루를 교체할 예정이다.
심지어 DNA 분석을 통해 은행나무 성 감별까지 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통상 15~20년 이상 자라 꽃이 핀 뒤에야 성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어린 잎 DNA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산림과학원에 은행나무 DNA 분석 문의를 하는 바람에 올해는 의뢰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나무 교체사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령 10년이 훌쩍 넘는 나무를 뿌리째 뽑는 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암나무를 15년 이상 된 수나무로 교체하려면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시민 이모(34) 씨는 "1년에 며칠이나 냄새가 난다고 멀쩡한 나무를 뽑아내느냐. 뽑고 새로 심는 비용도 다 세금 아니냐"고 했다.
이런 여론에 대구시도 교체사업보다는 조기 채취나 가지치기 등의 대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뽑아낸 암나무는 되도록이면 다른 곳에 옮겨 심고 있지만 나무를 뽑아내는 데 대한 민원도 적지 않아 차선책을 통해 악취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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