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차라리 응모 안 하겠습니다"

입력 2017-10-26 00:05:01

대구문화재단 '임기 7개월' 새 대표 모집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지혜를 대구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쏟고 싶었지만 7개월짜리 대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구문화재단이 새 대표를 공개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계에서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문화재단 대표로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은 꿈은 있지만 이번에는 응모를 포기했다고 기자에게 밝힌 사람만 해도 4명이다. 일반적으로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장 후보에 응모하는 사람 숫자가 1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응모 포기자 4명은 무시해도 좋을 숫자가 아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새로 선임되는 대구문화재단대표의 임기가 심재찬 전 대표의 잔여 임기인 '2018년 6월 25일'까지로, 순조롭게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7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 9월 심재찬 전 대표가 임기 8개월 남기고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 선임 절차와 대표의 임기에 관한 정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대표와 선임직 임원의 임기는 개정 전 '3년 단임'에서 개정 후 '임기 3년에, 2년에 한해 1회 연장 가능'하다. 개정 정관에 따라 최장 5년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임 대표가 중도 사퇴할 경우 후임은 전임의 잔여 임기로 한다'는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시가 심재찬 전 대표의 잔여 임기가 8,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관 개정 때 잔여 임기 문제를 보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새로 선임되는 대표를 7개월짜리로 만들어 손발을 묶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업무 파악하느라 보장된 임기를 다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중도 사퇴로 새 대표를 선임할 경우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일 때는 잔여 임기로 하더라도,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일 때는 새 대표가 새 임기 3년 동안 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다듬었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이를 보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새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게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새 대표의 임기는 심재찬 전 대표의 잔여 임기 7개월과 이번 정관 개정으로 1회에 한해 2년 연장할 수 있으므로, 임기는 2년 7개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시 산하 다른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장이나 대표의 임기를 1회 정도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번에 임명되는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심 전 대표의 잔여 임기 7개월에 2년을 더 재직한다고 간주하는 것은 대구시의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문화재단이 정관 개정 때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간과함으로써 대표후보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한편 대구문화재단은 26일(목)~31일(화)까지 재단대표 응모원서를 접수하며, 11월 6일(월) 서류심사, 11월 11일(토) 면접심사 등을 거쳐 2명 이상의 대표후보를 대구시장에게 추천하고, 대구시장이 최종 임명한다. 관계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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