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퓨처스]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입력 2017-10-25 00:05:01

"크론병 환자 상태, 모바일 웹으로 매일매일 체크"

김은수(43)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다. 그가 최근 5년간 써낸 논문 40여 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염증성 장질환에 관한 연구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을 통칭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대표적인 희귀 난치병으로 꼽힌다. 몸의 면역체계가 장내 세균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완치할 방법도 없다. 단순 장염 등과 증상이 비슷해 병을 모른 채 참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새로운 환자가 오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이 희귀병이다 보니 새로운 환자를 만난다는 반가움이 커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례라면 짜릿짜릿한 희열을 느끼죠. 환자를 만나는 게 늘 기다려지고 즐거워요."

◆염증성 장질환 한 우물

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안고 가는 병"이라고 했다. "어린이'청소년 시기에 주로 진단을 받는데 평생 저와 만나며 치료하고 관리 해야 합니다. 그래도 상태가 나쁘던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 수능도 치고, 취업과 결혼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그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모바일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가 개발한 크론병 환자의 증상 일지 사이트다. 환자들은 매일 이 모바일 웹사이트에 접속해 '크론병 활성도 지표'(CDAI)에 따라 설사 횟수와 혈변 여부, 체온 등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점수로 환산돼 그래프로 표시된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일지를 바탕으로 12가지 패턴으로 분류, 경과와 예후, 치료 방법 결정 등에 활용한다. 그래프의 등락이 심하거나 우상향한다면 상태가 나쁘다는 의미다. "보통 크론병 환자들은 2,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오는데요. 병원에 왔을 당시 상태가 중심이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려웠어요. 이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보다 정밀하게 환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죠."

참신한 아이디어의 이 웹사이트는 지난 2012년 김 교수가 사비 2천만원을 들여 구축, 운영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가연구과제에 채택되면서 운영비 충당에도 숨통이 트였다. 그는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래프 상 패턴이 나쁜 환자일수록 수술과 입원이 잦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유럽과 미국의 유명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환자들에게 평화로운 일상을 돌려주는 게 목표

김 교수는 "쓸 수 있는 약도 별로 없고,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공감밖에 없는 탓이다. 안타까움을 안고 있던 그는 최근 신약 개발의 단초를 발견했다. 이인규 경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함께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면역세포의 대사를 차단해 이상 반응을 숙지게 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 이 연구는 올해 국가연구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환자의 증상 패턴을 빅데이터화해 향후 경과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환자의 증상 패턴에 따라 향후 1년간 수술이나 입원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는 방식이다. 환자의 경과가 예측되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적용하거나 정밀 검사로 위급한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최종 목표는 환자들의 일상을 돌려주는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하루에 7, 8차례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장이 뒤틀리는 듯한 복통에 시달린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음식을 먹자마자 증상이 나타나 엄청난 불안과 불편을 겪는다. 실제로 대구경북 염증성 장질환 환자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증상이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 중 30%가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환자들의 삶의 기대치가 바닥이에요. 하지만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어요. 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김 교수는 환자 욕심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병원에 염증성 장질환 센터도 만들고 싶고 협진 체계도 갖추고 싶어요. 10, 20대 환자가 많은 점을 감안해 토요일에도 진료하고 싶고요. 일을 더 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저 혼자 이상한 사람인가요? 하하."

◇김은수 교수

▷1974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과대 졸업 ▷전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장연구학회 학술위원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연구회 간사 ▷대한장연구학회 우수연구자상(2010) ▷아시아 크론궤양성대장염학회 우수연구자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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