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게실염

입력 2017-10-18 00:05:01

맹장염으로 착각할 수도…섬유질 식사·변비 예방부터

대장 점막층 등이 바깥으로 튀어나와

음식물 찌꺼기·변 끼면 염증 발생해

심하면 출혈·장 천공 합병증으로

단기 금식·항생제 치료하면 나아져

직장인 김모(43) 씨는 수개월 전 난생처음 겪어보는 복통에 시달렸다. 통증과 함께 열이 나고 속이 메스꺼웠고 구토와 설사도 반복됐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김 씨는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고, '대장 게실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항생제 치료를 받으며 호전됐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과로를 하면 자꾸 재발한다"고 푸념했다.

대장 게실염은 대장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이 대장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는 게실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게실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염증이 생기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흔한 우측 대장 게실염은 증상이 비슷한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고령화와 섬유질 부족한 식습관이 원인

대장 게실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만 명이던 환자 수는 2014년 5만 명으로 5년 만에 51%나 증가했다. 대장 게실은 대장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이 대장벽을 둘러싼 근육층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게실염은 이러한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이 끼여 염증이 발생한 상태다. 서양인의 경우 좌측 대장에 흔하지만 동양인은 우측 대장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대장 게실염은 전체 게실 환자 중 10~20%에서 발생한다.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대장 게실은 주로 맹장 또는 회맹관 근처에서 발생하며 단발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후천적으로 생기는 게실은 주로 좌측 대장에 발생하며 다발성으로 생기는 게 특징이다. 후천적 게실증의 원인으로는 고령화와 식생활의 변화, 비만 등이 꼽힌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대장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고, 변비로 장관 내 압력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하면 변이 작고 건조해져 대장이 변을 이동시키려면 더욱 강한 수축력이 필요하다. 이때 높은 압력이 장벽 중 약한 부위를 밀어내면서 점막의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열나고 복통에 구토·설사 증상

대장 게실은 염증이 생기지 않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음식물 찌꺼기나 변이 끼여 게실염이 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열이 나고 염증 부위에 복통을 느끼며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합병증으로 출혈과 장 천공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출혈이 생기면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혈변을 누고, 장에 구멍이 나면 심한 복통과 함께 복부 팽만, 복막염, 쇼크 등을 겪을 수 있다.

염증이 없는 대장 게실은 대장내시경으로 확인하거나 바륨관장을 한 후 X-선 촬영을 해서 간접 진단한다. 대장 게실염은 임상 양상이나 진찰 소견, 염증 수치의 상승, 복부초음파 또는 복부 CT 등을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특히 한국인에 흔한 우측대장 게실염은 영상 검사 결과나 증상이 급성 충수염과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대장내시경은 장 천공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염증이 있을 때에는 하지 않고, 치료 후 안정된 상태에서 시행한다.

처음 생긴 게실염은 대부분 입원을 하고 단기간 금식 및 항생제 치료를 하면 호전된다. 만약 출혈이나 천공 등 합병증이 생겼다면 내시경으로 지혈하거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경우라면 수술로 게실을 제거한다.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게실염을 예방하려면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으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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