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따기 쉽다며…" 가상화폐 단타에 빠진 청소년들

입력 2017-10-13 00:05:13

국내선 실제 사용 못 해…사행성 도박 변질

대구 남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8) 군은 요즘 수업시간에도 좀처럼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학원비 30만원을 부모님 몰래 투자한 온라인 가상화폐 '라이트코인'(Litecoin) 값이 3분마다 널뛰기를 반복해서다. A군은 "쉬는 시간이면 투자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반 전체가 가상화폐 열풍"이라며 "스포츠 도박(사설 토토)도 해봤지만 가상화폐가 훨씬 돈 따기 쉬운 것 같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분 단위로 차트가 널뛰는 등 빠르게 가치가 변해 속칭 '단타'로 돈을 벌기 좋은데다 보호자 동의 없이도 가입만 하면 이용할 수 있어서다.

12일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 메인 화면에는 9가지 가상화폐 차트가 그려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비트코인 캐시 ▷모네로 ▷제트코인 등이다. 가장 비싼 비트코인은 1코인당 550만원. 이른바 '동전주'인 리플은 300원을 기록했다. 이 사이트는 하루 최대 거래액 2조6천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가상화폐 사이트 4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가상화폐는 미국 등지에서 실제 화폐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화 환치기'에 가까운 사행성 투기 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 주식이나 외환에 비해 가치가 가파르게 변하는 등 사행성이 강한데다 아직 뚜렷한 규제도 없는 탓이다. 이더리움 가치가 하루 만에 10만원이나 급락한 지난 9월, 한 네티즌은 "아버지를 설득해 퇴직금을 '올인'했다가 크게 잃어 집안에 난리가 났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가상화폐 투자가 청소년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규제책이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소득증빙'보호자 동의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주식의 경우 청소년이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면 법정대리인과 함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하려면 사이트에 가입한 뒤 통장을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도박문제관리 대구센터 최정관 예방홍보팀장은 "돈을 걸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 거래 또한 도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또 다른 도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미성년자의 투자를 규제할 제도 마련과 함께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을 위한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