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못 올려 살림살이 어렵다던 사립대들, 엄살이었나

입력 2017-10-11 00:05:01

국내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 억제로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와 달리 전국 사립대들의 기본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부채가 줄어드는 등 재정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유은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전국 154개 사립대들의 기본금(수익을 포함한 기본 자산)은 33조원으로 5년 전보다 1조1천억원이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는 348억원 감소했고 부채 비율도 0.7%포인트 낮아지는 등 재정 건전성이 향상됐다.

전국 사립대들의 누적 적립금이 총 8조원에 이른다는 국감 자료도 나왔다. 지역에서는 계명대와 영남대, 대구대 등 3개 주요 사립대 공히 1천억원 이상씩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이 많은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대학들이 수익내기에 치중한 나머지 장학금, 학생복지 등 학생들을 위한 지출에 인색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사립대 입학금 역시 폐지 논란에 이어 사용처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사립대들이 거둔 입학금 가운데 실제 입학 업무에 쓰이는 돈은 15%밖에 안 되고 나머지 80%는 운영비 등 다른 용도로 지출되고 있다는 국감 자료까지 제시됐다. 사립대들은 입학금 명목으로 사실상의 등록금을 학부모로부터 더 거둬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립대들은 원칙적으로 사학 법인들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들 사학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법정 부담금의 절반을 학생 등록금으로 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학마다 여건이 각각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국내 사립대들의 재정 여건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등록금을 못 올려 학교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사립대들의 주장에는 엄살 끼가 다분해 보인다. 아울러 등록금 인하 및 입학금 폐지 요구를 외면할 명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등록금 인상 억제는 물론이고 인하 여력마저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 억제 및 입학금 폐지를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하고 사립대들도 이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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