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한가위 단상

입력 2017-10-11 00:05:01

세계적으로 추수감사절을 지내지만, 한민족만큼 한가위를 조상과 함께하는 민족도 없는 것 같다. 수천만 명이 이동하고, 고향을 찾아보고, 조상에게 수확의 결과 등을 보고하고, 모쪼록 풍성하리만큼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추석 차례를 지낼 때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먼저 지방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다. 아마 지방은 조상을 특정하려고 쓰는 것 같은데, 아버지 계열은 제사 주재자와의 관계, 그리고 벼슬을 쓰도록 하고 어머니 계열도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와 같은데 다만 성씨만 추가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차례 이야기를 해보면 특히 경상도 지역은 과거 급제자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오늘날 행정부 9급에 해당하는 직급만인 '학생부군신위'이고, 공부 좀 했다는 뜻으로 '처사부군신위'를 쓰는 게 보통이다. 어머니에 대하여도 '유인'이라는 9급의 직급을 쓰는 게 상례인 것 같아 여러 집의 조상을 사실상 차별화할 수가 없고, 조상이 무엇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관심도 없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이처럼 모두 판에 박힌 내용을 쓰는 것은 조선시대 등의 분류법이다. 이참에 시대도 바뀌었으니 새롭게 조상을 특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방 대신 차라리 조상 사진을 차례 때 앞에 두고 이력 등(언제 태어나고, 무슨 일을 하고)을 표시하면 더 진솔하고 잘 구분이 되지 않을까? 표시의 차별화로 차례 때 조상이 쉽게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차례 시 차리는 음식은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밥, 국에 전, 탕, 포 그리고 과일 등으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예전에는 평상시에 먹기 어려운 음식을 명절에 먹으니 좋고 조상이 좋아하시던 음식이므로 뜻은 있었지만, 요즈음에 보면 차례 음식은 너무 기름지고 또 취향에도 맞지 않아 결국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차례 지내는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니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면 조상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차례 지내는 이들은 좋아할 것이 아닌가.

나아가는 김에 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장례는 왕의 예에 따라 절을 하도록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왕에게는 두 번 절하고, 황제에게는 세 번 절하며, 왕이 돌아가시면 얼마 전 영화에서 정조가 사도세자에게 절하듯 네 번 절을 하였다. 한말에 대한제국이 선포되어 조선시대의 왕이 새롭게 황제로 격상된 이후 현재 차례를 보면 남쪽은 왕의 예에 따라 조상에게 두 번 절하고, 북쪽은 황제의 예에 따라 세 번 절하는 것으로 나뉘었다고 하니, 이참에 조상에게는 왕보다 황제의 예에 따라 세 번 절하는 것으로 통일하는 것은 어떨지. 세상이 하도 빨리 바뀌기에 내일을 생각하고 고향을 생각하며 망상을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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