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력자립률 불과 18.8%…에너지 절약·효율화가 '첫걸음'
이제는 에너지 분권이다. 중앙집중식 에너지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전력 자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로 '친환경 미래 에너지'와 '탈원전'을 밝혔다. 원자력'석탄발전은 안전성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로 비중이 줄고,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발전소 위주에서 지역의 친환경 분산 발전으로 에너지정책이 바뀌고 있다. 대구는 과연 청정에너지 자립 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전력 자립을 꿈꾸는 시민들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정숙자 씨는 전기를 아껴 쓴다. 집에 TV와 에어컨, 전자레인지와 같은 제품이 없다. 멀티탭을 사용해 대기전력도 최대한 줄였다. 지난해 세 식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198㎾에 불과했다. 3인 가구 평균의 67% 수준이다. 전기를 가장 많이 쓴 7월에도 240㎾였고, 3월에는 167㎾까지 사용량이 줄었다.
정 씨는 전기 사용을 더 줄이고자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에너지자립 시민 육성에 참여했다. 지난 7월 15일 진단결과 몇몇 문제가 확인됐다. 노트북과 연결한 모니터가 10년이 넘어서 에너지 효율이 낮았다. 모니터의 시간당 소비전력 53W 중 0.6W가 대기전력으로 낭비됐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을 빼면 17시간 전기를 꽂은 대기 상태여서 한 달에 3㎾가 버려졌다.
전기밥솥도 '전기도둑'이었다. 취사를 할 때 시간당 1~1.2㎾의 전력이 소비되고, 보온 때는 0.1~0.5㎾나 든다. 하루에 2, 3번 밥을 안치고 장시간 보온을 하면서 전력 소모가 많은 탓에 압력밥솥으로 바꿨다. 냉장고도 냉장실을 60~70%만 채우도록 컨설팅을 받았다. 냉동실은 상관없지만 냉장실은 가득 채우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 씨는 지원금으로 모니터를 교체하고, 홈IoT(사물인터넷)도 설치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밖에서도 집 안의 에너지 사용량을 알 수 있다. 올해 7월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47㎾나 줄어든 193㎾를 기록했다. 약 8천원의 전기요금을 아낀 것이다. 시설교체뿐만 아니라 진단을 통해 전기를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익힌 덕분이다. 정 씨의 경우 2㎾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전력자립이 가능하다. 태양광의 하루 평균 발전이 3.4시간으로, 한 달(30일)이면 204㎾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정 씨를 비롯해 33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자립 시민 육성에 나섰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전력 자립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7월부터 진단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절약과 효율을 통한 수요관리
전력 자립의 첫걸음은 수요관리에서 시작한다. 생산과 공급 중심이 아니라, 절약과 효율을 통해 전력 낭비를 줄이는 실천이 밑바탕이 된다. 발전량을 늘려도 소비가 줄지 않으면 전력자립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끼고 효율을 높여서 수요를 최소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발전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대구의 전력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구의 전력소비량은 2001년 1만544GWh에서 2011년 1만4천822GWh로, 10년 사이 40.6%나 늘었다. 2013년 1만5천80GWh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에도 비슷한 소비량을 보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은 사용량이다. 2015년 대구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6천53㎾h로, 공단이 밀집해 있는 울산을 제외하면 특별'광역시 중 인천(7천823㎾h) 다음이다. 가장 적은 서울(4천566㎾h)보다 32.6%나 많은 수준이다.
대구시는 전력소비 효율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3년간 공장과 빌딩, 상가 등 에너지 다소비 시설 430곳(사업비 440억원)을 대상으로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 현재까지 143곳을 완료했다.
시는 KT와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아파트 40개 단지 1만1천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컨설팅 시범사업을 벌였다. 이 중 21개 단지의 산업용 전력을 계약전력 방식에서 피크(peak)요금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연간 전기사용량을 1천512㎾에서 748㎾로 51%(764㎾) 줄였다. 또 변압기를 통합 운용하도록 해 전력 손실을 낮추고,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나서 야간'휴일 자동제어절전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절감 효과를 높였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도 '비산업 부문 온실가스 진단 컨설팅'을 통해 지난해 대구은행 170개 지점에 대해 전력소비 진단을 내렸다.
이대원 대구시 청정에너지과 과장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 부문에서 효율을 높인다면 상당한 양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며 "시민들도 가정에서 전기 절약을 실천한다면 대구의 전력 수요가 줄어들고 나아가 전력자립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에너지 분권 시대
원자력발전과 중앙집중식 에너지정책은 한계에 달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원전 시대를 선언했다. 특정지역에 편중된 발전시설도 문제이다. 일부 송전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 중앙집중식 대규모 발전과 송전시스템으로 인해 2011년 9월 순환 정전이 발생했다.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하고, 송전탑 건설 때 주민과 갈등을 빚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
이 때문에 지역에 필요한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전력 자립'의 중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대구의 전력자립률은 낮다. 2015년 기준으로 18.8%에 불과하다. 한 해 소비하는 전력은 1만4천948GWh이지만, 대구에서 생산한 전기는 2천816GWh에 그쳤다. 나머지 전기는 인근 지역에서 끌어온다. 경북과 경남처럼 전력자립률이 188.2%와 219.8%로 높은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다.
전력 자립과 함께 더 큰 틀에서 에너지 분권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의 전력 수요와 공급 계획을 지역 차원에서 결정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효율적인 소비를 위해 지자체가 담당하는 지역에너지 체계의 필요성 때문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이후 지자체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취지와는 달리 수요관리를 비롯해 공급 예산과 권한, 인력 등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 확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앙부처나 소속 공기업이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분권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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