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신호 켜진 신암선열공원 국립묘지화

입력 2017-09-23 00:05:00

대구 신암선열공원이 국립묘지로 승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국립묘지로 지정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서다. 그동안 지역민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사업'이란 이유로 뒷전에 밀렸던 과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나서지 않았고, 정부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번에 정종섭'정태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 상임위 통과를 이끌어낸 것은 그래서 의미를 더한다. 아직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란 관문이 남아 있는 만큼 끝까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신암선열공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단일 독립운동가 집단 묘역이란 의미가 크다. 지역으로서는 애국'애족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는 큰 자랑거리다. 건국훈장 독립장(1기), 애국장(12기), 애족장(33기), 대통령표창(2기), 서훈 미취득(4기) 등 52기의 애국지사 묘가 이곳에 밀집해 있다. 1919년 3월 8일 서문광장에서 열린 대구 만세운동의 주역으로 투옥돼 일제의 고문으로 숨진 김용해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그 아버지 김태련 부자의 묘도 이곳에 있다. 애초 대명동 시립공원묘지에 있던 것을 옮겨와 1987년 공원으로 꾸민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충 시설로 지정한 공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곳에 묻힌 순국선열들의 개인별 공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공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 독립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사망한 사람을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에 안장된 애국지사들은 국립묘지도 아닌 그냥 대구시가 관리 주체인 현충 시설에 머물러야 했던 셈이다. 지난 1997년 완공 후 2002년 국립묘지로 승격한 광주의 국립 '5'18민주묘지'에 비춰보더라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립묘지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반가운 일이다. 이곳이 국립묘지가 되면 국내 7번째가 된다. 대구를 대표하는 국립묘지고 전국적으로 독립 애국지사만을 모신 유일한 국립묘지가 된다. 대구시와 지역 의원들이 뒷마무리를 단단히 해야 하는 이유다. 시와 시민들도 묘역 관리 주체를 정부로 이양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묘지공원으로 대구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가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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