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생활법률 상식] 명의신탁한 주식이 처분된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입력 2017-09-23 00:05:00

류제모 변호사
류제모 변호사

A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신용 문제로 친구인 B에게 주식을 신탁하고, B를 대표이사로 등기하였습니다. 다만, 위 회사는 주식을 표시하는 주권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B는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이고, A가 자본금을 출연한 후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크게 발전하자 B는 주식의 명의자라는 점을 이용하여 회사의 경영권을 주장하였고, 회사 재산을 빼돌리는 한편 명의 수탁받은 주식을 제3자인 C에게 처분하였습니다. 회사 주식을 인수한 C는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A에게 회사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A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요?

1. 주식의 명의신탁은 유효한가요?

명의신탁이란 부동산, 주식 등 재산권을 외부적으로는 신탁받은 사람 명의로 등록 또는 등기를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탁한 사람이 소유권을 가지도록 하는 약정을 말합니다. 위 사례에서 A가 명의신탁자이고, 명의를 빌려준 B가 명의수탁자에 해당합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신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종중, 배우자 사이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나 주식 명의신탁은 이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대법원도 주식 명의신탁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와 B 사이의 주식 명의신탁 약정은 유효합니다.

2. A가 B를 고소할 경우 B는 형사처벌을 받을까요?

위 사례에서 A와 B 사이의 명의신탁 목적물이 부동산인 경우 B에게는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주식은 재산권으로서 횡령죄의 대상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B에게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한 명의신탁자인 A가 주식 명의신탁을 해지하면 소유권이 바로 A에게 복귀하고, 명의수탁자인 B가 주식을 처분하였어도 제3자인 C가 선의취득을 하지 않는 한 그 처분 행위는 무권리자의 처분 행위로서 법률적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02. 6. 25. 선고 2000다63622 판결). 따라서 배임죄 역시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명의수탁자가 주권 발행 전 주식을 처분하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B가 제3자인 C에 대해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3. A가 취할 수 있는 방법

A는 어떠한 방법으로 B로부터 주식 소유권과 회사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① 우선 A는 B에게 명의신탁 해지의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이로써 주식의 소유권은 A와 B의 내부관계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A에게 복귀하게 됩니다.

② 그리고 회사에 대하여 주식의 명의개서를 청구해야 합니다. 주식의 명의개서를 해야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③ 다음으로 회사에 대하여 임시주주총회 소집요구 등을 하고, 임시총회를 통하여 A 자신을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 법은 소유(주식의 소유)와 경영(대표이사의 지위)을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회사의 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④ 이렇게 주식과 대표이사의 지위를 확보하였다면 A는 회사의 대표권을 행사하여 B가 회사에 입힌 손해에 관하여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 청구 등을 통해 B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주권 발행 전 주식을 명의신탁한 경우 궁극적으로 이를 회복할 수는 있지만, 매우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간접적인 회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권 발행 전 주식을 명의신탁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리를 충분히 숙지한 후 발생 가능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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