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통화서 '대북인도지원' 언급 없어…실무선 조율한듯

입력 2017-09-17 15:33:15

한미 양국이 정상통화 브리핑 문안 사전조율…'이견 노출' 차단 관측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17일 이뤄진 한·미 정상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계획과 관

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북압박 공조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민감한 현안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거나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정상간에 말을 아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끝나고 이어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는 대북 인도지원 계획과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이틀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인도지원 시기에 이의를 제기한 만큼 브리핑에서 이 사안과 관련한 대화가 없었다고 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인도지원 얘기를 하지 않은 건 실무선에서 조율됐기 때문인가'라는 물음에 "그런 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통화하기 전에도 의제를 조율한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양 정상의 통화는 대변인이 발표한 브리핑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발표문 역시 한·양국이 조율해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전에 실무 수준에서 의견 교환과 조율이 마무리되고 정상간 논의에서는 이를 공식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양 정상 간 통화가 끝난 후 언론 브리핑 내용을 한·미가 문안까지 조율한 것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 보이는 부분들이 혼선처럼 보이는 경향들이 있어서 양국이 입장을 조율해 발표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는 이번 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열릴 한·미·일 정상회동이나 현재 추진 중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미묘한 이슈

와 관련해 의견 차이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통화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점이다. 이날까지 양 정상이 했던 다섯 번의 통화 중 트럼프가 먼제 제안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

졌다.

이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어 아베 일본 총리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시기에 우려를 표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엇박자를 빚는 듯한 모양새를 비칠 경우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한·미의 노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데 양국이 문제의식을 느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미국 측의 문제제기에 대해 실무자 선에서 '대북 인도지원 시기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양국 정상은 이를 굳이 직접 언급하지 않기로 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더욱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고 전하는 등 한·미 정상 간 공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통화에서 두 분의 대화량이 서로 비슷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신뢰가 쌓이다 보니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수준으로까지 (관계가)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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