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롯데마트 중국서 완전 철수] 8조원 투자 손실 감수…20개 계열사 '타격'

사드 추가 배치에 시장 상황 악화…롯데제과·칠성음료 매각설 오락가락 발언 뒤 불신 키워

롯데가 중국 측의 사드 보복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중국 내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측의 사드 보복 단속으로 벌금이 부과된 중국 안후이(安徽)성의 한 롯데마트 매장. 연합뉴스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못 이긴 롯데가 8조원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중국 롯데마트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철수를 계기로 중국에 진출한 22개 롯데 계열사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 주관, 중국 롯데마트 전 매장 매각

1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전 매장의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결정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그간 중국 철수 가능성을 극구 부인해왔다. 막대한 자금을 들인 다른 중국 사업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31일 중국 롯데마트의 운영난을 떨쳐내고자 긴급 운영자금 3억달러(약 3천400억원)를 추가 조달키로 했을 때만 해도 현지 점포를 매각하려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까지 나서서 중국 사업 철수는 절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태인 롯데마트의 손실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의 매각 가능성과 매수 대상 등을 물밑에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수뇌부가 이번 매각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3일 이뤄진 북한의 6차 핵실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에 따라 사드 추가배치가 최종 결정되면서 한중 관계를 더는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긴급 운영자금 3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며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현지 매장에 대한 매각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

◆'매각 없다'더니…계열사 피해 불가피

이번 결정은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사장 등 그룹 내 극소수 수뇌부만 공유하며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에서는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온다.

롯데 계열사 한 관계자는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중국 내 다른 사업에 미칠 악영향을 거론하며 롯데마트의 현지 철수는 없다고 공언했는데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한 셈이 돼버렸다"며 "사안의 특성상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있긴 했겠지만, 오락가락 발언에 대한 신뢰도 상실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사업장도 매각할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롯데가 "마트 이외 사업장은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은 8조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에 유통(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 식품(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관광'서비스(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시네마), 석유화학'제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금융(롯데캐피탈) 등 22개 계열사를 진출시켰다.

특히 선양(瀋陽)에 건설 중인 롯데타운 사업은 중국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신동빈 회장이 3조원이나 들인 야심작이다. 이곳은 롯데월드와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이 골고루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1월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10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2019년 완공 목표로 1조원을 들여 짓는 청두(成都) 복합상업단지 건설 계획도 차질이 크다. 아파트 1천400여 채 등 주거시설 부문은 분양이 완료돼 이달 말까지 입주가 끝나지만 바로 옆에 지으려던 백화점 등 상업시설은 허가를 받지 못해 착공조차 못 했다.

이번 롯데마트 매각 결정으로 계열사들의 사업 차질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전문가들은 "롯데마트 철수 결정을 계기로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더욱 거세지면 최악에는 8조원 이상 투자한 중국 사업 전체가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