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적 관광명소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길)의 상징과도 같은 골목 벽화 대다수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대구 중구청은 대봉동에 있는 350m 길이 김광석길 골목에 그려진 벽화 40점 가운데 80% 정도를 교체하고, 김광석의 대표곡인 '이등병의 편지'를 모티브로 한 '훈련소로 가는 길' 조형물과 홍보 입간판을 설치하는 등 관광 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했고 선정 절차를 거처 연말쯤 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에는 총 2억원이 투입된다.
거리 조성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벽화의 칠이 벗겨지고 훼손된 그림이 많다는 것이 중구청이 밝힌 개선 사업의 배경이다.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중구청의 자세에는 시비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벽화 등을 그린 당사자와 협의 없이 철거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통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관공서가 어떤 기준으로 예술작품인 벽화들의 80%를 철거 대상으로 분류했는지도 명확지 않아 몰이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사업 수행으로 얻어지는 각종 자료와 저작권은 모두 중구청에 있으며 일정 기간 경과 후 수급자 등의 동의 없이 철거할 수 있다는 사업제안서 내용을 보면, 중구청이 김광석길을 소유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발이 지역 예술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광석길은 민간 부문의 열정과 자발적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고 초기에 행정기관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전국적 명소가 된 이후 김광석길은 부동산 시세가 치솟으면서 예술인들이 밀려나고 거리가 상업화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몸살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과 개입은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
욕심낼 만한 관광문화 콘텐츠에 지자체가 밥숟갈을 얹을 수야 있겠지만, 지금의 중구청의 태도는 아예 밥그릇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김광석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시민 여론을 수렴해 거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밀어붙이기식의 김광석길 개선 사업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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