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의 출근길 풍경이 확 달라졌다. 지난달 30일부터 대구시내 각 경찰서장들은 관용차량 대신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이 박찬주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파문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구시내 경찰서장들의 관용차량을 운전하는 의경 보직을 폐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나타난 변화다.
경찰서장마다 출퇴근 방법이 제각각이다. 이상탁(북부경찰서), 박봉수(강북경찰서), 김훈찬(달서경찰서) 서장은 시내버스를, 구희천(중부경찰서), 정식원(동부경찰서) 서장은 도시철도를 택했다. 경찰서와 자택이 가까운 박만우(서부경찰서), 이규문(성서경찰서) 서장은 도보로, 박종문(수성경찰서) 서장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양원근(남부경찰서), 오완석(달성경찰서) 서장은 직접 자가용을 몰고 출퇴근길에 나서고 있다.
경찰서장의 '나 홀로 출퇴근'이 시작되자 다양한 에피소드가 속출했다. 김훈찬 달서서장은 최근 퇴근길에 시내버스를 반대 방향에서 타는 바람에 한참을 헤맸다는 후문이다. 또 간편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박종문 수성서장은 서장실에 정장을 놔두고 아침, 저녁으로 갈아입는다고 했다. 정식원 동부서장은 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대구은행역에서 신매역까지 이동한 후 자전거 주차장에서 자전거로 갈아타고 경찰서까지 가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경찰서장들은 이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경찰 조직의 탈권위 행보를 지휘관부터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상탁 북부서장은 "지금까지 법 집행 기관으로서 시민들에게 딱딱한 이미지로 비칠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권위주의적 요소를 타파하면서 시민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경찰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의경 운전병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 시간 중 경찰서장이 현장에 출동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경찰 직원이 관용차량을 운전하면 경찰 행정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느냐는 이유에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업무 시간 중 경찰서장이 현장에 출동해야 할 때 해당 부서 직원이 운전을 맡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일부 혼선이 우려된다"며 "구청장도 전담 운전기사가 있는데 현장 출동이 잦은 경찰서장이 전담 운전기사가 없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내 각 경찰서 1명과 지방청 2명 등 총 12명의 의경이 총경급 이상 지휘관의 관용차량을 운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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