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흉악범 공소시효 폐지" 대구 여대생 사건으로 여론 형성

입력 2017-07-20 00:05:00

법조계도 '긍정적으로 검토' 입장

19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18) 양 성폭행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51) 씨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공소시효의 문턱을 넘지 못해 처벌하지 못하게 된 만큼 강간범이나 주요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2013년 재수사를 통해 K씨가 공범 2명과 함께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정 양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뺏은 혐의로 '특수 강도'강간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수 강간죄'는 공소시효가 10년에 불과해 K씨의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자 부득이 공소시효 15년인 '특수 강도'강간죄'를 적용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해당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공소시효는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 양의 아버지 정현조(69) 씨는 18일 "딸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없다.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궁여지책으로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가 20년인 점을 감안해 K씨를 현지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는 현행 공소시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으로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2015년 7월 살인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태완이법'이 발효된 것처럼 강간범이나 주요 흉악범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폐지가 검토돼야 한다는 것. 대구여성회 남은주 대표는 "가해자가 누군지 뻔히 알고 DNA까지 나온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돼 놔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피해자 유족 입장에서 한스러운 일"이라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공소시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최근 수사기법이 발전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공소시효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변호사는 "공소시효 제도는 범행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증거가 상당 부분 인멸되고 확보한 증거의 가치도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존재해 왔다"며 "반면 지금은 과학 수사가 발전해 수십 년이 지나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공소시효 제도의 근거가 약해졌다고 본다. 피해자들의 감정과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면 폐지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