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지역인재와 지방대학

입력 2017-07-19 00:05:05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두고 누가 과연 지역인재인가 라는 논란이 있다. 지금까지도 지방이전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30% 이상을 채용하도록 하는 법조항이 있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위반을 하더라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규정을 지킨 공공기관은 거의 없었다. 이제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셨으니 아마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럼 누가 지역인재인가? 1)혁신도시 지역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사람 2)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혁신도시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사람. 정답은 2번이다. 얼핏, 지방에서 나고 자랐는데 수도권 대학을 졸업했다고 지역인재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느낄 만하다.

하지만 지역인재 할당제가 애초 지방대학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9월까지 모든 지방공공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이제 논란의 초점은 "왜 지방대학이 그토록 중요한가?"로 옮겨지게 된다. 지방대학 출신이 수도권이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고, 다른 지역 졸업자도 특정지역에 옮겨와 생활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역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대다수 구성원은 그 지역의 지방대학 출신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방대학의 역량이 그 지역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담보한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지방대학 육성'발전 없이 불가능하다.

또 있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역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자녀 한 명 서울의 대학을 보내려면 등록금과 방값, 생활비 등을 합해 노동자 평균 연봉을 훨씬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중산층조차 큰 부담을 느낀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역경제도 망친다. 대구경북 지역대학의 총예산은 지자체 전체 예산의 16.6% 수준이고, 지역내총생산(GRDP)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직원은 대구경북 전체 공무원 수의 67.7%를 차지한다. 대학원생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공무원 숫자보다 50%가량 더 대학 구성원이 많다.(2010년 기준, 김영철 계명대 교수 자료) 대구경북이 "그래도 살 만 했다"고 느꼈던 때가 지역대학이 서울의 웬만한 명문대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지역사회와 대학은 운명공동체이다.

'서울 강남에서 나고 자라 지방대학만 졸업하면 지역인재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정말, 서울 강남에서 자란 우수한 학생이 미래의 꿈을 좀 더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 지방대학으로 진학하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그땐 헬조선이란 말을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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