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임당동 고분군 발굴…학계 "신라 지방조직 연구에 큰 도움"

입력 2017-06-23 00:05:01

2015년 도굴 발생 후 조사, 최고 지배자 상징 금공예품, 다양한 토기류·인골 드러나

경산시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사적 제516호) 내
경산시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사적 제516호) 내 '임당 1호분'이 발굴조사에서 도굴되지 않고 고분 축조 당시의 유물 부장 상태 그대로 발굴돼 고분문화 및 지역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산시 제공

사적 제516호로 지정된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세력이 축조한 고총으로 구성된 고분군이다. 임당동 고분은 1980년대 초 도굴범들이 임당동 2호고분에서 고리큰칼(환두대도)'금귀걸이'은제허리띠 등을 훔쳐 국외로 팔려다가 적발되면서 문화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982년 영남대박물관이 2호분과 5~7호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 15곳의 무덤군과 옹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1987년 조영동 고총이 발굴되면서 문헌 기록에 단편적으로 나오는 압독국(押督國)의 지배층 무덤임이 밝혀졌다. 매장 문화재들은 당시 사회'문화'경제'기술 등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임당 1호분은 임당동 구릉의 말단부에 자리하고 있다. 5기 정도의 묘곽이 연이어 축조된 연접분으로, 하나의 커다란 동산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고분 2기(1A호와 1B호)에는 당목이 있어 1982년 발굴 조사된 부근의 고분군과는 달리 그동안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무단 도굴된 채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산경찰서는 그 해 10월 임당동 고분에 굴을 파고들어가 문화재를 훔친 혐의로 도굴을 주도한 골동품상 박모(65) 씨와 함께 가담한 일당 3명 등 4명을 구속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도굴한 귀걸이, 칼, 허리띠 등 유물 38점을 압수했다.

문화재청은 사건 발생 후 2016년부터 임당 1호분에 대한 구조와 성격을 밝히고 정비복원을 목적으로 한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했고, 경산시와 한빛문화재연구원이 발굴 조사를 담당했다.

먼저 축조된 1A호는 다행히 도굴 피해를 입지 않아 매장 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1A호분은 타원형 봉분의 내부에 으뜸덧널과 딸린덧널을 '창'(昌)자형으로 배열했다. 이런 배치는 임당지구 고총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형태이다. 으뜸덧널 바닥에서 무덤의 주인공이 확인됐다. 은제허리띠, 순금제의 가는고리 귀걸이, 금동관모와 관장식, 고리자루칼 등 당시 최고 지배자임을 상징하는 금속공예품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머리를 동쪽으로 향했다. 주인공 발치에선 금제 귀걸이를 착용한 어린아이 인골 1점이 확인됐다.

딸린덧널에는 큰항아리, 짧은목항아리, 긴목항아리, 굽다리접시 등 다양한 토기류가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상태로 출토됐고, 금동제 말안장과 철제 발걸이 등도 나왔다. 아울러 딸린덧널의 서쪽 가장자리에선 따로 부장된 많은 제사용 토기류와 함께 금동제 귀걸이를 착용한 어른 인골 1구도 확인됐다.

한빛문화재연구원 발굴조사단장인 김용성 박사는 "1982년 임당동 고총, 1987년 조영동 고총이 발굴된 이후 사적 지정이 됐다. 이번에 처음 발굴된 임당 1A호분은 '처녀분'으로, 압독국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인다.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조직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임당동 고분의 약 80% 정도가 도굴됐는데, 이번에 발굴한 임당 1A호분은 다행스럽게도 주곽과 부곽이 잘 보존되어 남아 있었다. 무덤의 주인공이 착용하고 있는 복식도 지역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것들 중에 가장 완전한 형태였다"면서 "삼국시대 상'장례와 순장풍속 등 고분문화 및 지역사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편 경산시는 그동안 국내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게 진행된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압독국의 중심지로 밝혀진 임당 유적을 체계적으로 복원'정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 돌덧널무덤(積石木槨墓)이 확인된 부적리 고분군에 대한 사적 추가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임당 유적의 다양한 고분 자료와 풍부한 인골 자료, 동'식물 자료 등을 보존'전시하고 활용하기 위한 유적전시관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