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하여]<하>지방정치인과 후원회 제도

입력 2017-06-12 00:05:01

후원회 허용으로 비리 가능성 차단해야

지방선거도 국회의원 선거 못잖게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상 지방정치인은 후원회를 둘 수 없다. 지방정치인 후원회를 허용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막고 정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일신문 DB
지방선거도 국회의원 선거 못잖게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상 지방정치인은 후원회를 둘 수 없다. 지방정치인 후원회를 허용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막고 정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일신문 DB

지방선거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방정치인은 후원회를 둘 수 없게 한다. 이에 지방정치인에게도 후원회를 허용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6조는 대통령'국회의원'자치단체장 후보자는 후원회를 두고 선거 비용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지방을 무대로 정치 활동을 하는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지방정치인은 물론 학계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다. 1999년 10월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2001년 1월 당시 최기선 인천시장이 헌법소원을 냈다. 지방정치인도 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며, 그 지역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담당한디는 점에서 다른 선출직과 구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방선거도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게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총람'을 보면 2006년 당시 광역의원 선거는 3천500만원, 기초의원 선거는 2천400만원 정도 쓴 것으로 기록됐다.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 평균 지출액은 1억258만원이다. 지방정치인이 국회의원 후보의 33.9%와 23.1%를 지출한 셈이다. 선거 비용 제한액 대비 지출률을 보면 광역의원(72.9%)과 기초의원(58.9%) 후보들이 국회의원(55.3%) 후보보다 많이 썼다. 실제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신고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입장에서 선거자금 조달 문제는 심각한 과제이다.

한 재선 기초의원은 "2014년 선거 때 선거운동 중 오후에 잠시 집에 들렀는데 아이가 공부하고 있었다. '오늘은 학원 안 가니?'라고 물었는데 아내가 '선거 두 번 치르느라 학원도 못 보낼 형편이 됐다'고 울었다"며 "이처럼 선거 한 번 치르면 가산을 탕진하다시피 해 구조적으로 사회 초년병이나 참신한 신인, 여성 등 지명도가 낮아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이들이나 돈 없는 사람은 민생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2008년 대구시의원 중 한 명이 기초자치단체에 납품을 도와주는 대가로 경북의 한 기계업체로부터 3천500만원을 받고, 대형소매점 내 약국 입점을 약속하며 광주, 부산 등지의 약사들로부터 2억4천만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이처럼 지방정치인의 정치자금 조달 방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거나 당선 후에도 보상심리가 작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지방정치인 후원회 설립은 무엇보다 음성자금 수수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 지망생의 자유로운 정치권 진입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는 지방정치인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또 "후원자 1인당 연간 기부 한도와 후원회 연간 모금 한도는 선거 비용 제한액 내의 범위에서 선거구 크기, 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하고 부작용을 막을 조치를 취하면 된다. 모든 후원금은 각 지방선관위가 관리하고, 후원금 내역을 인터넷에 상시 공개해 주민의 감시 기능이 발휘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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