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자를 봐주고 있는데 감기를 앓고는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조차 못 맡아 큰일 났어요." 몇 주 전, 진료실을 찾은 할머니의 하소연이었다. 검사 결과, 후각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냄새를 못 맡으면 식욕이 떨어지는 등 다른 불편도 컸을 텐데 손자 돌볼 걱정부터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후각은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감각이다. 신생아를 엄마와 최초로 연결해주는 것도 서로의 체취다. 좋은 냄새는 우리의 기분도 좋게 한다. 후각은 우리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상한 음식의 악취는 혐오감을 불러 일으켜 피하게 해주고, 탄내는 화재의 위험에서 보호한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향기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이처럼 후각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어떤 냄새를 맡을 때면 떠오르는 그리운 추억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기억의 병'이라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오기 전 후각 기능이 먼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붉은 얼굴을 내민 길가의 덩굴장미 향을 맡으며 5월이 깊어감을 느낀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장미향을 맡을 수 있을까? 우선 장미향을 내는 '화합물'(냄새 분자)이 콧속에 들어와 점액(콧물)에 녹은 후 코 천장의 '후열'이라는 곳에 전달된다. 여기에서 '열쇠'에 해당하는 '냄새 분자'가 '자물쇠' 역할을 하는 '후각수용체'를 만나면 전기 신호가 발생해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후각 장애가 발생한다. 축농증, 종양, 상기도 감염, 외상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인데 코 막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냄새 맡는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감기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후각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 신경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라고 쉽게 생각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후각 기능의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의 사망일과 자신의 생일이 같은 '광주의 유가족'을 대통령이 안아주는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애타게 그리워했던 따뜻한 '사람의 향기'를 국민이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 (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꽃향기라도 백 리를 갈 리 없고, 천하일품의 술 향기라도 천 리를 갈 리 만무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는 만 리가 아니라 아니 그 이상 전해지는 것 같다.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서 나온다는데 과연 나는 주위에 어떤 향을 풍기고 있을까? 삶 속에서 남들에게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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