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6m 도로를 낀 십여 가구의 단독주택가는 요즘 날마다 소리 없는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좁은 도로 탓에 한쪽으로만 주차해야 하는데 인근에 음식점이 늘어 주차장소가 턱없이 부족해진 탓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집에서 타이어를 갖다 놓았다. 곧이어 다른 집들도 하나 둘 타이어를 두기 시작했다. 하나로 부족한지 타이어 개수도 한 집당 2, 3개로 점점 늘어가고 타이어를 고정시키는 물건들도 거대해져 간다. 그러다 보니 주차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던 때보다 오히려 번거롭고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아침에 나갈 때 타이어를 다시 두지 않으면 대문 앞까지 2, 3대의 차들이 들어서니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 것이다.
타이어는 공용공간인 도로에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매개체이다. 개인인 집주인이 '나'의 권리를 위해 지역 공동체인 '우리'의 불편을 강요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불행해졌다.
2015년 37개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사회적 연계' 분야 꼴찌를 차지했다. 특히 "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2%로 OECD 평균 88%보다 16%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1위는 호주가 차지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권에 든 곳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가족개념이 희박한 나라들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히 짜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나라는 각 개인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지역 내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마을 회관이나 광장에 모여 함께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는 개인의 손해가 있더라도 다수 의견을 따른다. 이런 노력으로 지역 사회는 안정되고 살기가 좋아지며 새로운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경제적 활성화가 일어나 더욱 윤택한 마을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유럽형 복지사회를 염두에 둔 새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성구는 2011년 평생교육 분야 '마을평생교육 지도자과정'을 개설했다.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평생교육 과정을 개설해 지역 주민을 모으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각각의 흩어진 개인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과 안전을 담보할 공동체를 만들고, 시민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지키는 것. 이것만으로도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의 각 개인의 삶의 질은 높아진다. 우리가 만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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