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J노믹스와 일자리 정책

입력 2017-05-17 00:05:01

J노믹스(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가 본격화하고 있다. 취임 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였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에도 집착하는 모양새다. 쉬운 일을 먼저 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문제는 '(단기간에 세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일'과 '어려운 일(사회구조적인 과제)'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섣부른 해법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비단 '정규직 vs 비정규직'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공공부문 vs 민간부문' 간의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대기업 '비정규직'이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근로여건이 더 나은 경우가 적지 않다. 솔직히 열악한 중소기업은 정규직이랄 것도 없다. 그냥 최저임금만이 그들에게 돌아올 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중견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 특별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규모와 근로조건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한계 중소기업을 아무리 지원해봤자 일자리 창출이나 근로조건 향상을 가져오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경제를 옥죄는 재벌과 공공부문의 개혁에 찬성한다. 여기에는 재벌과 공공부문에 기댄 귀족노조에 대한 개혁이 포함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재벌 '기업'에 대한 개혁만 강조한다. 우려스러운 이유다.

또한 (재벌기업) '규제' vs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이분법에는 부정적이다. J노믹스가 '분수효과' 즉 소득중심의 경제성장을 지향하지만, 국내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아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쟁탈이 불가피하다. 대기업, 재벌기업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J노믹스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한국경제의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정조준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해 '향후 5년간 몇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식의 일부 언론보도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국민을 호도하는 속임수다. 문재인정부가 끝나면 신규 채용한 공무원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된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모두 해고할 것인가? 이들의 정년은 법적으로 보장되고 그 기간 소요되는 비용과 평생연금을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물론 한국사회 최하류 인생인 '민간부문'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가 내는 세금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자리 정책이 포퓰리즘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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