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영감 할마이들이 모디가 밥을 먹으이, 억시기 좋니더"

입력 2017-05-13 00:05:01

안동 농촌마을 공동급식지원사업…길안면 묵계1리 등 4곳 운영, 2천만원 받아 싱크대 등 완비

안동시 길안면 묵계1리 주민들은 홀몸노인 고독사 예방과 여성농업인의 복지 향상, 주민 화합을 위해 매일 점심은 마을회관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안동시 길안면 묵계1리 주민들은 홀몸노인 고독사 예방과 여성농업인의 복지 향상, 주민 화합을 위해 매일 점심은 마을회관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이리 영감 할마이들이 마카 모디가 밥을 먹으이, 밥맛이 억시기 좋니더."(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모여서 밥을 먹으니, 밥맛이 너무 좋아요)

11일 점심시간이 되자, 안동시 길안면 묵계1리 마을회관에는 이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 마을은 안동시가 올해부터 30명 이상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농촌마을 공동급식지원사업' 대상 마을로 선정됐다.

안동시가 시행하는 농촌마을 공동급식 지원사업은 농촌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잦은 모임과 함께 식사하는 동안 마을 공동체 의식이 새롭게 형성된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도 한몫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5곳의 자연 마을로 흩어져 살아가는 76가구 묵계1리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75세. 제일 젊은 사람이 60세이고 최고령이 93세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워낙 고령자가 많다 보니 지팡이와 보행기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쉽지 않다. 특히 전체 가구의 50%가 홀몸 어르신이라 마을 사람끼리 의지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조차 없다.

이 때문에 공동급식사업은 홀몸 어르신들의 끼니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묵계1리는 안동시로부터 2천만원을 지원받아 2개의 싱크대와 냉장고 등 공동급식을 위한 시설을 완비했다. 주민들은 식사 준비를 위해 끼니마다 한 사람당 1천원씩 거두고 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여럿이 모으다 보니 반찬 대여섯 가지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날도 밥상에는 불고기와 잡채, 꼬막, 나물무침 등 다양한 반찬들이 올랐다. 이 마을에서 최소 주부 30년 차의 베테랑들이 음식 조리에 나서기 때문에 맛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남만영(86) 할머니는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면 매일 다른 반찬을 하는 것도 부담인데 다 같이 모여서 먹으니 맛도 좋고, 무엇보다 설거지할 걱정이 없어서 좋다"고 웃었다.

김동진 묵계1리 이장은 "나이 많은 어르신이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하시면 노인 우울증의 위험도 있고 농사철 일손이 바쁜 주민들은 밥을 차리고 치울 시간마저 부족한데 공동급식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공동급식은 현재 길안'일직'남선면 등 4개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고 올해 1개 마을이 추가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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