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看板). 남에게 보이는 나무판자이다. 가게나 상점, 회사를 알릴 때 필요하다. 다른 뜻으로도 널리 쓰인다. 대표할 만한 사람이나 물건을 나타내는 용도다. 요즘에는 남에게 자랑으로 내세울 생김과 겉모양, 경력과 학력 등을 일컫는다. 본래 뜻에서 벗어난 이런 간판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간판을 내세움은 남과 다름을 돋보이게 하고, 구분하기 위함 때문이다. 학교라는 간판은 더욱 그렇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뜻하는 스카이(SKY)에 목을 매는 일도 그런 맥락이다. 배우자로 선호하는 판사'검사와 의사라는 간판, 취업 준비생의 희망인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간판도 다르지 않다. 그럴듯한 간판이 없으면 주눅이 드는 세상이다.
백성이 이러니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별칭(別稱)이 그 사례다. 우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그렇다. 군인 출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군사정부'와는 다름을 앞세운 이름짓기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스스로 '문민정부'라고 불렀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치했던 시절을 '국민정부'라고 이름 지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정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지난 정부마다 나름 대통령 시절을 특징짓는 정부의 별칭이 간판처럼 있었다. 물론 별칭의 간판이 있는 정부와 그렇지 않은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과의 관계는 알 수 없다. 지난 정부들의 국정에 대한 뒷날의 평가를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지난 정부에 대한 별칭의 간판이 좋다고 내용조차 좋은 것은 아닌 셈이다. 겉은 겉일 따름이고, 간판은 그저 간판일 뿐이기 때문이다.
2004년, 대구에서 활동하던 허홍구라는 '촌 시인'은 당시 한국음식업중앙회(현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 자리를 두고 면접을 봤다. 면접에서 허 시인이 외친 말은 '내세울 간판도 없고 드리울 깃발도 마땅찮지만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였다. 그리고 국장으로 3년 넘도록 일하며 중앙회의 월간 잡지를 멋지게 이끌며 여러 성공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드러난 '간판'과 펄럭이는 '깃발'을 보지 않은 면접 덕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정부'로 할 것 같다는 보도다. 간판은 이왕이면 민주당을 뺀 '더불어 정부'이면 좋겠다. 새 정부 인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새 간판 아래 일할 사람으로는 끼리끼리 옛 동지만 챙기기보다 간판에 걸맞은 인물이 많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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