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서 즐기는 답사여행] 청송 세계지질공원에 등재

입력 2017-05-11 00:05:00

신성계곡 입구 방호정, 모친 묘소 보이는 절벽에 세워

최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청송 주왕산 기암.
최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청송 주왕산 기암.
방호정은 자줏빛 바위(紫巖)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방호정은 자줏빛 바위(紫巖)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장난끼공화국 달빛예술학교.
장난끼공화국 달빛예술학교.

경북에서 가장 오지를 BYC(봉화, 영양, 청송)라 부른다. 그중 한 곳인 청송은 주왕산을 둘러싼 900m 내외의 산들로 이루어진 첩첩산중이다. 실제로 전체 면적의 약 80%가 산지이다. 풍요한 들이 없는 청송은 예부터 척박한 산야에서 자연의 악조건을 끈질기게 극복하면서 살아온 민중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고장이다.

일교차가 큰 지리적인 특징으로 육질이 치밀하고 색상이 고우며 당도가 뛰어난 청송사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사과이다. 청송군은 국내 네 번째의 내륙중심형 지질공원이 있다. 지질공원으로는 처음으로 청송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으며, 또한 2011년에는 국내 아홉 번째로, 경북 최초로 산촌형 국제 슬로시티로도 지정된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오늘 여행은 봄에 가면 더욱 좋은 곳, 늘 푸른 솔향기 가득한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장 청송의 신성계곡, 월외계곡, 주왕산국립공원으로 떠나본다.

◆청송팔경 중 제1경 신성계곡

안덕면에서 청송 방면으로 약 10분 정도 달리면 길안천을 만난다. 입구의 방호정에서 백석탄까지 길안천을 따라 꼬불꼬불한 약 4㎞의 계곡이 신성계곡이다. 이 계곡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빼어난 절경과 맑은 물, 울창한 솔숲을 자랑한다. 여름에는 가족단위 피서지로, 직장인들의 단체회합장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신성계곡은 주왕산을 제치고 청송 팔경 중 제1경이 되었다.

신성계곡 입구 바위 벼랑 위에 방호정이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방호정은 청송 안덕 출신인 조선 중기 학자 방호(方壺) 조준도(趙遵道'1576~ 1665)가 지은 정자이다. 그의 본관은 함안이다. 조준도는 임진왜란 때 중형인 형도, 종형인 준남 등은 의병으로 나갔으나 자신은 노친 봉양 때문에 함께 나서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남길 만큼 나라 사랑이 큰 인물이다. 1627년 정묘호란 때는 고을 사람들과 함께 의병을 창의하고 사재를 털어 군수 물자를 조달한 충신이자 효자였다. 그는 44세의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어머니 묘소가 보이는 곳에 정자를 세웠다. 이런 연유로 정자는 처음에는 사친당(思親堂)이라 불리다가 후에 방호정이라 했다.

이 정자는 마루는 물론 온돌방과 부엌까지 있어 정자 기능뿐 아니라 숙식도 가능한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 중기 건축으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며 섬세한 공간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정자는 자줏빛 바위(紫巖)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다. 자연과 한 몸이 된 절묘함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주왕산, 주산지 등의 유명세에 뒤지지만 비단결 같은 계곡이 만들어낸 물돌이동과 기묘한 기암괴석은 청송의 숨은 보배라 할 것이다. 방호정에 가려면 아치교인 방호교를 건너야 한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방호정에서 물길을 따라 10분 정도 달리면 다듬은 듯한 흰 바위들이 보인다. 이곳은 안덕면 고와리에 있는 백석탄(白石灘)이다. 은빛 바위들이 눈부시게 펼쳐진 계곡은 별천지 같은 느낌이다. 정교하게 빚어진 예술 조각처럼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경주 사람 송탄 김한룡이 조선 인조 때 고와마을을 개척할 당시 시냇물이 맑고 너무나 고와 고계(高溪)라 칭한 바 있다. 선조 26년(1593)에는 고두곡이란 장수가 왜군에게 부하를 잃고 백석탄을 지나다가 마음의 상처를 달랬다는 연유로 고와동이라 불렸다.

◆달기약수탕이 있는 월외계곡

달기약수탕(원탕)에서 월외폭포까지 이어진 수려한 계곡이 월외계곡이다. 계곡 초입에는 김주영의 소설 '객주' 무대인 청송약수탕 혹은 달기약수탕이 있다. 약 130여 년 전 이곳에서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발견한 후 지금까지 물이 솟아나고 있다. 원탕, 신탕, 중탕, 천탕, 상탕 등 탄산수가 솟아나고 있으며,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닭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달기'라고 한다. 속병이나 빈혈이 있는 여자들에게 좋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 약수물로 밥을 지으면 파란 빛깔을 띠며 밥맛은 차지고 쫀득하다. 특히 약수물로 요리한 닭백숙은 살이 부드럽고 담백한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달기약수탕의 대표 음식이다.

약수탕에서 달기폭포로 가다 보면 구(舊) 월외초등학교 자리에 '장난끼공화국 달빛예술학교'가 있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이 창작과 체험활동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애견용품 만들기, 전통 천연염색, 친환경 코르크 원예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전예약(054-874-8722)은 필수이며, 월요일'공휴일은 휴관한다.

'장난끼공화국'에서 약 2㎞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태행산(933m)에서부터 흘러온 물이 거대한 폭포를 이루고 있다. 이 폭포는 청송읍 월외리에 있어 월외폭포 혹은 달기폭포라 한다. 11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장엄하고 웅장하다. 주왕산 제1폭포를 여성에 비유한다면 이 폭포는 마치 남성처럼 힘차게 쏟아져 남성폭포라 할 것이다. 이 계곡은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듯 조용하고, 한적한 숲길이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주왕산국립공원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주왕이 은거하였던 산이라 하여 주왕산이라 부른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으로 진나라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 군에 패하여 이곳 주왕산까지 쫓기었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여 주왕은 이곳에서 신라 장군(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주왕굴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정상 높이 720m의 산으로 기암절벽이 병풍 같다고 하여 석병산으로도 불렸다. 주왕산국립공원에 속한 주산지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유명하다. 주산지에는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이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는 모습과 용이 승천한다는 주왕산 별바위가 왼편에 우뚝 솟아 있다. 울창한 숲으로 싸여 있는 주산지는 신이 만든 선경이라 할 것이며, 특히 이른 아침 안개 낀 전경은 환상적이다. 그 외 대전사, 주왕굴, 무장굴, 학소대, 급수대, 병풍바위, 제1'2'3폭포, 절골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TIP

▶가는 길: 대구→중앙고속도→의성→상주~영덕고속도→청송나들목→신성계곡(소요시간 약 1시간 40분)

▶약수물로 만드는 닭백숙식당은 약수탕 인근에 즐비하다. 부산식당(054-873-2078)은 넓은 공간과 닭백숙에 곁들여 나오는 녹두죽이 일품이다. 오골계백숙 1마리 2인분 4만5천원, 음나무두충나무닭백숙 2인분 2만6천원이다.

▶진보면에는 이무남 옹기장이 운영하는 청송옹기(054-874-3362)가 있다. 갖가지 항아리와 흙으로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도 있다.

▶부남면에 있는 청송사과 자원농원(김을현 011-513-0153)에서는 싱싱한 사과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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