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화려한 불빛 아래 외로운 동물들

입력 2017-05-09 00:05:00

예전에는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생일이라는 핑계로 친구들끼리 연락을 주고받고 함께 모여 화려하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젊은 날의 밤은 어느 불빛보다 빛났고, 어느 도시보다도 떠들썩했다. 사회인이 된 뒤, 어느덧 내 생일조차 잊어버렸다. 쉼 없이 울려대는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광고성 문자에 익숙해져 버렸다.

함께 지냈던 동생의 생일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생일을 종종 잊기 시작했다.

동생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반대편에서는 평소보다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즐겁게 보내고 있느냐는 인사에 동생의 목소리에는 쓸쓸함까지 묻어났다. 홀로 남은 새벽,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고 했다.

객지에 살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집에 오니 텅 빈 집 안에 혼자 있던 자신이 너무 안쓰러웠단다. 평소에도 바쁘게 살았지만, 생일이 되니 그 외로움이 몇 배로 온다고 했다. 게다가 그날 아침에 부모님의 축하전화를 받고 "잘 보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면서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아마 20대 때의 생일이 즐거웠던 기억만큼, 홀로 남은 동생의 마음은 더 외로웠던 것 같다.

전화를 끊기 전 동생은 다른 말보다 그냥 축하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했다. 너무 듣고 싶다고.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축하하고 고맙다!"

순간, 수화기 너머 시끄러운 지하철 소리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히 전해졌다. 이해가 가서 가만히 있었다.

사람은 외로움의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외로움을 탄다. 국어사전에 외로움이란 '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마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는 가족과 떨어져 있거나, 사회와의 교류가 끊어질 때 외로움을 느낀다. 가족을 이룬 부모님들도 외로움을 넘어 고독하다고 말한다.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부모도 자식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부모 자식이 있는데도 느끼는 외로움. 어쩌면 너무 가까운 사이일수록 외로움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고독하게 되는 게 아닐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감이 커서 눈치를 보고, 책임감이 커서 스스로 혼자가 되는 건 아닐까?

과거보다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드는 대신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 무게가 고스란히 고독으로 변해 버린 건 아닐까?

가족들에게 생일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며 '쓸쓸한 기쁨'을 전했던 그 동생도 아마 그랬던 것 아닐까?

홀로 사회를 살아가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우리는 생일이라는 기념일이 되면 어느 때보다 외로워지는 어중간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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