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몇몇 여행사가 독식하는 해외 수학여행 경비, 투명해져야

입력 2017-05-05 00:05:01

대구 일부 학교들의 해외 수학여행을 특정 여행사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외형적으로는 경쟁 입찰을 통해 여행사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입찰 결과만 놓고 보면 여행사 간 '짬짜미'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몇 여행사가 대구시내 사립학교들의 해외 수학여행을 도맡거나 돌아가면서 진행함에 따라 여행 경비의 적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올해와 지난해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났거나 계획 중인 대구의 학교는 사립고교 9곳이다. 최근 5년간 해외 수학여행 최종 계약업체로 몇몇 여행사가 선정돼 여러 학교를 수년째 맡거나, 한 여행사가 5년 연속 위탁계약을 맺은 곳도 있다.

몇몇 여행사가 해외 수학여행을 독식할 수 있는 이유는 사립학교들이 시행 중인 '2단계 경쟁 입찰'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제안서를 통해 2, 3곳의 업체를 추려낸 뒤 가격 입찰을 진행하다 보니, 학교선정위원회 평가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몇몇 업체가 서로 밀어주는 방식을 통해 계약을 돌아가면서 따갈 소지가 있는 셈이다. 소수가 독과점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여행 경비 적정성 논란도 생기고 가격도 많이 상승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 있었는데도 해당 학교들은 "관행이다" "검증된 여행사를 고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여행사 교체가 번거롭다"는 등의 이유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해외 수학여행 상품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여행사 측은 최고 숙소와 음식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료와 숙박비'인솔자 경비 등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여행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수학여행에 대해 업체 선정과 비용 산출에 대한 사전 검증 및 사후 감사를 거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뒷말이 많고 석연찮은 점이 있는 만큼 대구시교육청이 해외 수학여행에 일정 부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감독할 필요도 있다. 일부 여행사들이 어쩔 수 없이 해외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 학생과 그 학부모를 볼모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행위가 있다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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