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문 후보, 국민에 대한 오만이다

입력 2017-04-27 00:05:01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4차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여준 토론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81만 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재원이 불투명하다"며 "해명해보라"고 했다. 문 후보가 "공무원 일자리 17만 개에 17조원, 공공 부문에 4조원을 쓸 계획"이라고 대답하자 유 후보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유 후보는) 내가 아니라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유 후보는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대선 후보 토론회이지 정책본부장 토론회가 아니다. 정책본부장을 끌어들일 것이라면 대선 후보 토론회를 열 필요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책본부장과 토론해보라는 소리는 유 후보에 앞서 국민에 대한 오만이란 점이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질문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향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 후보의 대답은 국민에게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추궁에도 문 후보는 "이보세요!"라며 호통치듯 대답했다. 사실이 아니면 그렇다고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일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렇게 호통칠 일이 아니다. 이에 홍 후보는 "말씀을 버릇없이 하나"라고 했는데 그렇게 느낀 것은 홍 후보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홍 후보의 주장이 근거 없는 비방도 아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등이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40만달러를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의 자질과 능력, 인성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 후보의 질문을 국민의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그러나 문 후보의 태도는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식이라면 집권에 성공했을 경우 그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어떨지 걱정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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