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등 보수 후보 간에 '응석받이' '무(無)자격자' 등 거친 말이 오가더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진보 진영 측에서는 딸 재산과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두고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격한 신경전에 '제2의 이회창' '남자 박근혜'라는 말까지 나왔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라 치러지게 된 대선이지만 구태(舊態)는 그대로다. 막말이 쏟아지고, 네거티브가 기승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플레이밍(flaming'인터넷에서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누군가를 빈정대거나 인신공격하고 욕설을 퍼붓는 행위)과 검증 시비는 더 넘쳐날 것이 뻔해 보인다.
5'9 대선은 나라 안팎의 위기 상황 속에서 흐트러진 국정을 다잡고 새로운 국가적 도약을 모색할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덧붙여져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분열과 갈등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명제도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통합'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 가져다준 교훈의 유통기한은 다 지나버린 것 같다.
산적한 안보, 외교, 민생 등 국정 과제와 정책, 이슈 등을 선점해야 할 대선 캠프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판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준비 부족 탓인지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혹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엘리트들이 결국 담당하게 되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나 그들의 말은 거칠기만 하다. 네거티브 공격의 대상이 후보에게서 아내, 아들, 딸, 장인, 처남 등으로 확대돼 '선거를 한 번 하고 나면 자식 3대가 원수를 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 같지는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유세에서 "진보적인 미국도 없으며 보수적인 미국도 없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있고 이라크 전쟁을 지원하는 애국자도 있다. 우리는 하나다"는 지성적이고 인상적인 명문의 연설로 무명의 정치인에서 일약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2007년 이후 2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고 그가 보여준 품격은 국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막말과 네거티브의 끝은 상처와 후유증이다. 통합은 소통에서 오고, 소통의 매개체는 언어다. 부디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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