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정 장군 후손 이재윤 씨 "15만원짜리 쪽방 살아도 독립운동가 조부 덕에 힘나"

입력 2017-04-12 04:55:01

"4월 독립운동가 선정 기뻐,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흔적 그동안 평가 못 받아 서운"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손자 이재윤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서구 내당동의 한 월세방에서 살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손자 이재윤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서구 내당동의 한 월세방에서 살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참 맞는 말"이라며 "친일파 재산을 몰수해 독립운동가 집안에 나눠줘야 한다"고 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서구 내당동 주택가 막다른 골목에 있는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에 독립운동가 후손 이재윤(69) 씨가 살고 있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팔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그는 기초생활수급비 37만원과 국가보훈처 지원금 62만원을 더한 월 99만원에 의지해 생활한다. 보훈처 지원금 덕에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는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비만 받을 때는 월세와 공과금, 식비를 쓰면 남는 게 없었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나오고 있다"며 "문화생활도 즐기며 인간답게 살아야 할 텐데, 넉넉한 지원은 아니다"고 했다.

이런 이 씨가 그나마 어깨에 힘을 주고 지낼 수 있는 이유는 할아버지 이상정(1896~1947) 장군 덕이다.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인 이 장군은 1920년대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군 장군으로 활동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 광복군 창설에 이바지했다. 시인 이상화 선생의 형이자 최초 여류 비행사 권기옥 선생의 남편이기도 하다. 올해 서거 70주년을 맞은 이상정 장군을 국가보훈처는 4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하지만 손자 이 씨의 마음 한편엔 항상 안타까운 심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할아버지인 이상화 시인에 비해 할아버지 이상정 장군이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서다. 평소 두류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이 씨는 "공원 한쪽에 있는 2'28민주의거기념탑 건너편에 작은할아버지 흉상만 덩그러니 있다"며 "할아버지가 남긴 독립운동 행적도 많은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이 씨에게 최근 기쁜 일이 하나 생겼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13일 중구에 있는 이상정 장군 고택에서 작은 기념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행사를 기획한 협동조합 '다문'은 이날 이 씨를 초청해 노래 공연, 시낭송, 영상 상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한 협동조합 '다문' 이사장은 "조합이 이 장군 고택에서 '바보주막'이란 식당을 운영 중이어서 기념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이날 얻는 수익금은 이 씨에게 모두 전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씨는 "거동이 불편해 할아버지가 사셨던 고택에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 방문하게 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