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수업 시간 신문 읽기 1년, 국어·사탐 실력까지 '쑥'
시사 탐구·토론…지망 학과 결정 도움
진로·진학 의식 뚜렷해져 공부 재미도
쉬는 시간에 잡담 대신 신문탐구 습관
자연계 문해·개념 이해력 현저히 향상
신문을 교육 교재로 활용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문에 실린 각종 정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사회적 쟁점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교양 있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 이에 더해 대구 대건고등학교에서는 신문 기사를 학생들과 함께 살펴보고 자신의 진로목표에 따른 자기계발 계획을 설계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기사 읽다 부모님 마음 헤아려져"
대건고(교장 이두영)는 지난해 5월부터 1학년 4개 학급을 대상으로 '매일신문'을 매주 1차례 '진로 수업' 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5일 오후 7교시 1학년 2반의 진로수업이 열리는 교실을 찾았다. 최덕천 진로상담부장이 진행하는 이날 수업은 지난 3일 자 매일신문 1면에 실린 '키 128㎝ 엄마의 큰 사랑, 서울대 아들 키워냈다' 기사로 시작했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어머니 키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일부 학생이 머뭇거리자 "장애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처럼 아들도 어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정독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문 기사가 인성교육으로 접목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최 교사는 이어 '2018학년도 영어절대평가로 수학 변별력 높아질 듯' 등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입시관련 정보를 훑어간 뒤, '대학생들 도서 대출 감소' 기사에 주목했다. 책과 관련된 직업을 학생들과 함께 얘기했다. 작가, 사서, 번역, 출판편집 등 각종 직업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고, 관련 학과의 홈페이지를 찾아 대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찾아볼 것을 주문했다. 주제에 따라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흥미롭게 진행되는 수업에 학생들은 몰입했다.
◆진로검사 결과에 흥미 보태니 "내 직업은…"
대건고 학생들은 입학 직후 커리어넷의 직업적성 검사를 받는다. 본인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관련 직업군을 추천받지만 학생들이 구체적인 진로와 진학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엔지니어링 관련 직군이 적성에 맞다는 검사 결과를 받은 2학년 이동현 군도 1학년 때 그랬다.
이 군은 당시 신문에서 비중 있게 다룬 대구 신공항 입지 선정 관련 기사 중 '소음 쟁점' 기사를 읽고 '항공기 엔지니어'로 진로를 정했다. 진로목표가 뚜렷해지자 관련학과 진학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학교의 지도로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를 1차 진학목표로 세웠다. 이 군은 대학에서 배우게 될 교육과정을 먼저 살폈다. 대학교 1학년 전문 교양과목과 수학'기초과학 및 전산(MSC) 관련 과목을 위주로, 2학년에서는 3가지 전공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기본이론을 공부하고, 그 후에는 항공기시스템 공학과정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군은 "대학에서 항공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대학원에서 첨단 항공 기계공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항공기 소음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어느 직업을 가져야 할지를 정하고 나니 가고 싶은 대학이 생겼고, 학교에서의 수업과 동아리활동이 즐거워졌다"며 웃었다.
최 교사는 "예를 들어 신문에 보도된 테슬라 모터스의 무인자동차 자율주행기능인 'Auto Pilot' 관련기사를 읽고 사라질 직업군과 새로이 생겨날 직업군을 유추한다"면서 "왜 특정직업이 없어지거나 바뀌고 생겨나는지,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느냐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진로'진학 의식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했다.
◆동창회 지원 매일신문 160부 필수 교재
대건고는 동창회로부터 지원받은 매일신문 160부를 진로수업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1학년 교실에 비치해 수업 시작 전과 점심시간 전후로 학생들이 신문을 보도록 유도한다. 전에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매점을 가거나 친구들과 잡담을 하며 보냈지만, 지금은 교실로 들어와 신문을 보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신문과 가까이 한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대건고 1학년은 인문계열 2개 학급, 자연계열 8개 학급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인문 1개 반과 자연 3개 반을 대상으로 진로수업에 신문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 측이 지난 1년간 신문활용 학급과 일반 학급 간의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성적을 비교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NIE 활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어휘 이해력, 관용어구의 학습 그리고 비문학 지문에 대한 심화 학습이 이루어져 이전보다 국어 학업 성취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문계열은 사회탐구에서도 성적이 올라 신문 학습이 사회 현상 이해와 학습에 긍정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현저했다. 학생들이 신문을 통해 모르는 단어들을 스스로 사전 등을 찾아 확인함으로써 문해력(文解力) 및 개념 파악 능력 좋아졌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대희 대건고 교감은 "좀 더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신문활용 수업을 하는 반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면서 "신문 매체를 통해 직업세계를 간접 경험하고 진로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교육적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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