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수명 10년' 法 연초 시행…교체 대상 261만여대 대책 없어

입력 2017-04-08 04:55:01

재활용품 지정 안돼 수거 꺼려…수백대 교체 비용도 만만찮아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이 노후 분말 소화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말 소화기 사용 가능 햇수를 10년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되면서 입주 10년을 넘긴 아파트는 소화기 수백 개를 한꺼번에 교체해야 하는 데다 폐소화기 수거'처리 과정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노후 분말 소화기는 용기 폭발 위험과 성능 저하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별다른 제한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관련 법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등 소화시설 설치가 필요한 특정 소방대상물 관리자는 10년이 지난 분말 소화기를 교체하거나 성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261만여 대, 내년 327만여 대가 교체 대상이며, 성능 검사 대상은 올해 65만여 대, 내년 81만여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주 10년이 넘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교체 비용에 따른 부담이 걱정이다. 달서구 A아파트 관계자는 "공용 소화기 500여 개 중 360여 개가 교체 대상인데 견적을 받아보니 500만원이 넘었다"며 "교체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교체에 나선 아파트는 폐소화기 처리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방자치단체의 수거 재활용품 목록에 폐소화기가 포함되지 않아 업체들이 수거를 꺼리고 있어서다. 수성구 B아파트 관계자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는 돈도 안 되고 처리 방법도 마땅치 않다며 수거를 거절했다"며 "소화기 공급업체에 폐소화기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어 겨우 처리했다"고 말했다.

각 가구에 비치된 소화기는 사각지대에 남았다. 아파트 입주 당시 일괄 구매한 것이라도 주차장이나 계단, 관리실 등 공용구역의 것만 교체 대상인 탓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동시 교체가 맞지만, 법적으로 가정집은 올 2월에야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됐다. 동일법 적용은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공용 소화기 교체 때 가정집의 것도 자율적으로 수거'교체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 적용에 따른 사후 대책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손주달 한국소방안전사회적협동조합 대구본부장은 "폐소화기 처리 관련 지침이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1, 2년 동안 대구에서만 폐소화기 수만 개가 쏟아지겠지만 재활용까지 가능한 업체는 몇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금은 1년 유예기간이어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조만간 홍보물 제작, 안전관리자 교육 등에 나설 계획이다. 수거'처리는 민간업체를 통해 가능하다"며 "가정집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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