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전 대통령 구속, 과거 딛고 미래 열자

입력 2017-04-01 04:55: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파면된 데 이어 구속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첫 전직 대통령이라는

법원 판결 승복, 혼란·분열은 그만

TK '포스트 박근혜 시대' 대비해야

오명을 썼고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박근혜까지 대한민국은 70년 헌정사에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구속되는 불행한 일을 반복해 겪고 있다. 특히 보수(保守)의 본산이자 박 전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 정권 창출을 도왔던 대구경북민들의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청탁을 받은 적 없고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거듭 주장했지만, 법원은 뇌물 혐의 등 중대한 범죄 소지가 검찰 수사를 통해 일정 부분 소명됐고 증거 인멸 우려도 있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검찰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무죄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국가적으로 크나큰 불상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자기모멸과 비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대통령 탄핵과 사법처리는 대한민국이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정착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할 수 있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지고의 가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교훈이 크다.

이제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그릇된 정치 풍토'문화와 결별해야 할 때다. 잘못된 점은 반면교사로 처절히 삼되 소모적 국론 분열과 대립'갈등은 종식시켜야 한다. 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이 나오든지 승복하고 태극기든, 촛불이든 집회'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정당별로 대선 후보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데, 대선 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법정 공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국민 분열을 부추겨서는 절대 안 된다.

대구경북민들은 두 명의 대통령을 잇따라 배출해 냈다는 자부심을 가졌지만 박 전 대통령의 불명예 퇴장으로 상실감이 크다. 그것보다도 더 현실적인 문제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TK 지분 공백 상황이다. 유력 정치인의 후광 효과에 기대어 온실 속 화초처럼 정치를 해 온 TK 정치인들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또한 대통령을 여러 명 배출했는데도 대구의 경제 상황이 만년 전국 꼴찌였던 점을 보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미래를 위해 대구경북은 이제 '포스트 박근혜 시대'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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