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군주 정조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정조의 나무 심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일성록 등에 정조 재위 24년간 1천2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230여 년 전 조선은 '식목왕'이 통치한 나라였다.
정조는 수많은 나무를 심고 돌보았다. 나무를 심은 고을 수령과 아전, 감독관은 물론 백성들 이름과 이들이 일한 기간, 품삯까지 모두 기록했다.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었고, 시상 내역도 기록했다. 심은 나무의 종류와 수량, 어디서 나무를 캐어왔는지, 누가 가져왔고 옮겼는지 세세하게 정리했다.
정조는 왜 이렇게 나무에 정성을 쏟았을까. 김은경이 쓴 책 '정조, 나무를 심다'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사도세자를 향한 효심에서 비롯된 정조의 나무 심기는 궁궐과 왕릉을 넘어 백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백년대계였다고 저자는 풀이했다. 즉 정조에게 나무 심기는 국가 경영의 비전이자 통치의 근본이었다는 말이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민병갈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인 칼 밀러가 1970년 조성을 시작해 현재 1만6천 종 식물의 보금자리다.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은 곳이다. 한국에 귀화한 그는 생전 "300년 뒤를 보고 수목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이섬은 황무지였다. 춘천 남쪽에 있어 '앞섬' '남섬'으로 불린 북한강 하중도다. 1965년 민병도가 섬을 사들였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섬에 다양한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그냥 유원지였던 남이섬은 2001년 동화작가 강우현이 운영을 맡아 대변신했다. '겨울연가' 촬영 이후 국제적 명소로 발돋움했다. 주식회사 남이섬에는 한 해 330만 명의 내외국인이 찾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남이섬에 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남이섬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40%로 지난해 127개국 사람들이 찾았다. 중국에 치우치지 않고 동남아'이슬람권 개별 관광객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홍보 전단도 7개국 언어로 안내한다. 이슬람 기도실, 할랄인증 음식점, 아시안 패밀리레스토랑 등도 운영 중이다. 최근 신세계면세점과 손잡고 인프라와 문화축제 등 콘텐츠를 결합한다는 소식이다.
민병도와 민병갈, 둘은 같은 길을 간 의형제다. 나무에서 미래를 봤다. 코앞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승부를 건 혜안을 가진 이들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금의 한국인들이 애타게 찾는 해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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