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구 씨(25세)-호주 멜버른 자동차 차체 수리소 'BODY SHOP' 근무

입력 2017-03-22 04:55:05

'기술자가 대우받는 나라' 확신…퇴근시간 넘기면 임금 2배 지급해야

지난해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처음 호주에 갔을 때만 해도 외국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먼저 환경이 다르고 언어, 문화의 차이가 있었다. 예상한 대로 그들은 개인주의가 강했다. 게다가 협동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퇴근 시간은 또 철저했다. 영어가 서툰 나는 거의 모든 부분을 눈치로 파악하고 일을 해나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도 잦았다.

한국이나 호주나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말과 문화에는 적응시간이 다소 필요했다. 그들은 아무래도 내가 외국인인지라 영어가 서툴고 생긴 모습도 달라 간혹 무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환경을 이겨내려고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완제품을 생산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이렇게 힘쓴 덕분인지 동료가 차츰 나를 믿어주기 시작했다. 또한 내가 작업한 차량이 최고라며 전에 없던 칭찬까지 해 주었다.

지금은 낯선 이국땅에서의 직장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 즐거움이 있어서다. 호주에서 지내보니 바쁜 한국생활과 달리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좋다. 호주는 정시 출퇴근 문화가 정착된 나라다. 일을 하다 퇴근시간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 가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긴다. 한국처럼 야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정해진 퇴근시간을 넘겨 일하면 기업 대표는 근로자에게 시간당 2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업은 당연히 인건비가 부담되니 근로시간을 준수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호주에 이민 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호주에서 일하면서 '이곳은 한국과 달리 기술자가 대우받는 나라'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내게 주어진 일을 완벽히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일을 했고, 사장은 그런 나를 만류했다. 하지만 내 진정성을 알게 된 사장은 나를 믿어주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해보라'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감이 생겼고, 업무에 차츰 적응해 나갔다.

지금 나는 임금과 생활의 여유가 있는 호주에서 머물 수 있을 때까지 더 머물고 싶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