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사람들은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그리던 곳으로 가기 위해 사람들은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그렇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 실제 공식 통계로도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농보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는 흐름이 더 강해졌다.
40대 중반의 이한경(가명) 씨는 문경에 살고 있다. 인천을 떠나 문경에 온 지 얼추 10년이 다 되어간다. 등대 수리공이었던 이 씨는 일 년의 절반 이상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아내는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경리 일을 했다. 두 사람이 벌어도 교육비에 전세금까지 부담하려면 버는 돈보다 지출이 더 많아 가계부는 항상 빠듯했다.
이 씨는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인천에 사는 것이 좋겠지만, 자신과 가족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는 없었다. 인천의 전셋집보다 헐한 값인 3천만원으로 대지 200평이 넘는 한옥을 전세로 얻었다. 아무런 연고는 없었으나, 수도권과 가까운 문경에 터를 잡았다.
문경에서 이 씨는 면사무소에서 추진하는 숲 가꾸기 사업으로, 아내는 약국의 경리로 일자리를 구했다. 인천보다 벌어들이는 총소득은 적었지만, 지출이 훨씬 더 줄어 저축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들 방과 후 수업까지 무상이니 부담스러웠던 사교육비 걱정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텃밭까지 가꾸면서 쌀과 고기 외엔 대부분 자급하니 식품비 지출도 많이 줄었다.
주말이면 이 씨네 한옥은 별장이 된다. 인천에 사는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찾아온다. 친구들은 삼겹살에 술과 안주 등 먹거리를 가지고 오니 이 씨와 아내는 마당에 불판과 밥만 차리면 되었다. 손님 접대하는 일이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그냥 식구들 상 차리듯 자연스럽다. 다녀간 친구들은 "나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라면서 부러워한다. "너희들도 내려와라." 이 씨는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농촌에 왔으나 농사는 짓지 않는 사람을 귀촌인이라 한다. 농촌이라고 반드시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다. 농촌에 왔다고 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농사에 덤벼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귀농'귀촌이 실패하여 농촌을 다시 떠나는 역귀농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씨는 틈틈이 농사짓는 이웃을 보며 농사일을 익혔다. 농사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농민들은 참 잘 가르쳐준다. 숲 가꾸기 일도 농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씨는 문경 특산품인 오미자를 재배하는 어엿한 농민이 되었다. 농촌에는 나이가 많아도 일할 곳이 많이 있다.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삶의 질을 바꿔보고 싶다면 귀촌을 한번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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