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실명 부르는 '황반변성'…금연·채식 위주 식습관으로 바꾸면 예방 효과

입력 2017-03-14 04:55:01

70세의 김모 할아버지는 사물이 휘어 보이고 가운데 부분이 시커멓게 가려진 것 같은 증상으로 최근 안과를 방문했다. 40여 년간 담배를 피워온 것 빼고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지병도 없었다.

시력 측정을 하니 오른쪽 눈은 0.04, 왼쪽 눈은 0.5로 나왔다. 안저검사 결과 망막의 신경세포들이 활동하고 남겨진 노폐물이 양쪽 눈의 황반(눈 속 신경 중심 부위)에 두텁게 쌓여 있었다.

또 약해진 황반 사이로 나쁜 혈관들이 자라 들어와 물이 새어 나오고 피가 터지는 등 황반부가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라는 눈 속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고, 금연과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권유받았다. 치료 6개월이 지나면서 오른쪽 눈은 0.2, 왼쪽 눈은 0.8로 시력이 좋아졌고 나쁜 혈관도 조용해졌으며 부었던 황반도 가라앉았다.

과거 황반변성 치료에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레이저였다. 열을 이용해 나쁜 혈관을 태워버리는 치료법인데 필연적으로 건강한 황반도 같이 태우는 부작용이 있었다. 레이저 치료는 혈관이 황반부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만 사용했다.

2000년대 들면서부터는 광역학치료가 개발됐다. 팔에 광민감 물질을 주사하게 되면 혈관을 타고 망막에 있는 신생혈관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레이저를 쐈을 때 태우려는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치료되더라도 시력이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고 반복 사용 땐 망막에 상당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나온 치료법이 바로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라는 눈 속 주사다. 가는 주삿바늘을 이용해 눈 속에 직접 나쁜 신생혈관들이 자라나게 하는 인자를 억제하는 약물을 눈에 직접 놓게 된다. 미국 FDA 결과에 따르면 치료받은 환자의 95%가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고 40%는 상당한 시력 개선 효과가 있었다. 처음으로 황반변성 환자 치료에서 이전 치료와는 다른 시력 개선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치료 시간도 5~10분 정도로 짧고 주사 3일 후부터 시력 호전 효과가 나타나며, 입원이 필요치 않아 환자들의 부담도 덜었다. 다만 모든 종류의 황반변성에 '눈 속 주사'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시세포가 위축되고 닳아 없어지는 형태의 건성 황반변성은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눈 속 주사'는 김모 할아버지처럼 약한 신생혈관이 황반 사이로 자라 들어온 습성 황반변성일 경우에만 쓰인다.

좋은 치료제로도 병을 늦게 발견하면 치료 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반변성은 특히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으므로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또 가장 중요한 원인인 노화와 유전 요소는 원천적으로 막거나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다른 원인들을 최대한 줄여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황반변성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담배다.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채식 위주로 식습관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타민 외에도 루테인, 항산화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약제의 필요 용량은 일반 식이요법으로는 섭취가 불가능하고, 시중의 일반 비타민 제제와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

또 야외 작업이나 레저활동 때에는 창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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