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구미시가 세계로 날았다.
2월 중순, 9일간의 일정으로 필자가 단장이 되어 미국 시애틀시와 캐나다 뉴마켓시를 방문했다. 시애틀시는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원 북 원 시티(One Book One City) 운동'의 발상지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16일 시애틀공공도서관과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식 후에는 구미시의 제안으로 '한국시(詩)의 초대'라는 시낭송회를 열었다. 미주 한인 시인들의 시낭송과 현악4중주 공연이 이어졌다. 필자도 낭송자로 참여했다. 시애틀공공도서관의 마셀러스 터너 관장과 함께 윤동주의 '서시'를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낭송했다.
공교롭게도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의 72주기 기일이었다. 자신의 시가 먼 훗날 이국땅의 도서관에서 낭송될 줄 몰랐겠지만,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터너 관장 역시 음악을 배경으로 직접 시를 낭송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사뭇 감동스러워 했다.
시애틀은 필자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다. 20여 년 전, 만학의 꿈을 품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수학했다. 당시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시애틀공공도서관이 추진하던 책읽기 운동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1998년 시작된 'Seattle Reads' 운동은 짧은 기간에 미국 전역의 404개 도시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같은 책을 읽었을 때 눈높이가 같아지면서 눈을 통해 교감하는 희열과 연대감이 있다. 제대로 된 소통과 독서문화가 없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그 느낌을 알려주고 싶었다. 언젠가 필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행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기회가 왔다. 2006년 구미시장 취임과 동시에 시애틀의 책읽기 운동을 구미시에 도입했다.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이 그것이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시애틀공공도서관과의 협약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원조도시의 장점들만을 배워 한 단계 더 발전된 문화운동으로 키워갈 작정이다. 그러려면 특화된 캠페인에 어울리는 특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역시, 캐나다 뉴마켓시 방문으로 한 번에 해결했다.
뉴마켓시에는 '스토리 팟'(Story-pod)이라는 이색도서관이 있다. 공원, 강변 등에 설치되어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야외 도서관이다. 특히, 낮에는 독서 쉼터의 역할을 하고, 밤에는 LED 조명으로 주변을 밝혀 도시미관과 범죄예방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토리 팟'의 하나로 1석 2조,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구미시에도 꼭 도입하고 싶었다.
직접 뉴마켓시의 시장과 제작사, 도서관 관계자들을 만나 스토리 팟 사용권을 받았다. 국내 도입은 구미시가 최초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금오산, 동락공원, 낙동강 체육공원 등에 대거 설치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는 모습이 구미에서도 펼쳐질 것이다. 올해에는 국내 최대 책 잔치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유치해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하겠다.
하나의 도시가 변화하는데 과연 얼마의 세월이 필요할까? 필자는 그 답을 구미의 지난 11년에서 찾아본다. 탄탄한 경제, 아름다운 풍광, 풍성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번 미국과 캐나다 방문으로 지난 노력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한 책 하나 구미 운동'이라는 구미의 책읽기 운동은, 정신문화 창달 운동이자 인문학 운동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해 세계로 비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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